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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마왕 Nov 07. 2019

눈에 아른아른 바람에 살랑살랑 기분이 하늘하늘

꽃무늬 연분홍 원피스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에 지나친 옷가게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 살까 말까 고민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나는 옷이 충분히 있고, 저 옷은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삼으로써 내가 다른 물건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이 나에게 굉장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조금 슬프고 우울했다. 친구는 그런 나를 보고 “너를 위해 선물해.”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나의 눈치를 보더니 “며칠 뒤에도 이 옷이 생각나면 이 옷을 사러 와.”라고 말했다.

나는 사진만 찍어 두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그래. 그 옷은 내꺼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더듬어 그 가게를 찾아갔다. 그런데 위치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사실. 분명히 이쯤이었는데 가게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폐업을 했나. 왜 없지. 그 옷은 내 옷이 아닌가 봐’라고 생각하며 그 주변을 세 바퀴 돌았다.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아서 그 당시 찍어둔 사진을 찾아보았다. 사진 속에는 옷 옆으로 어렴풋하게 주소가 보였다. 주소를 검색해서 찾아갔는데도 그 옷 가게는 없었다. 하. 꼭 포기하고 돌아가면 그때쯤 원하는 게 나타나는 그런 법칙이 있던데, ‘나 포기했으니까 제발 나타나.’ 그렇게 우역곡절 끝에 가게를 찾았다. ‘연분홍 벚꽃 원피스’만 사러 들어갔는데, 귀걸이 한 개, 티 한 개, 카디건 한 개, 원피스 두 개를 사서 나왔다. 사기 전까지 고민했지만, 사러 들어가서는 고민하지 않는 나. 왜 그랬니.




집에 가서 사온 옷들을 꺼내서 보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며 동생은 “언니는 스타일이 한결같다.”라고 말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한마디 더 했다. “비슷한 옷 많은데 왜 또 샀어?” 빠직. “다 달라. 넌 모르겠지만.”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도 나는 그날 매우 행복했다. 다만 내일은 덜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 들었으니까.

아무튼 ‘연분홍 벚꽃 원피스’를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너무 예쁘다고, 너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매번 칭찬을 듣는다. 역시 계속 생각나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 고민하고 사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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