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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동요

콘서트 안내 지원을 했다

노동요 - 철도 인생

by 와칸다 포에버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하면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에 아무런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야근과 잔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근과 잔업이 없는 날에는 마음 편히 쉴 줄 알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행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콘서트이며 콘서트의 수많은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안내 지원을 나가야 했다.


역 근처에는 수많은 경기장이 있다. 경기장은 경기가 있는 날에는 경기 관중으로 수익이 생기지만 경기가 없는 날에는 경기장을 활용해 행사가 열리고 그 수익이 생긴다. 구일역 앞에 있는 고척 돔 경기장은 지붕이 있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야구 경기를 할 수 있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날씨의 영향 없이 행사를 열 수 있다. 객석도 적은 편이 아니기에 콘서트 열기 좋은 곳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그룹이 콘서트를 하게 되면서 전 세계의 팬들이 고척돔을 찾았다. 야구 경기나 이런 행사가 없는 날에 구일역은 승하차 인원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행사가 있는 날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사람으로 붐빈다. 행사가 끝나면 모두가 빠른 귀가를 하고 싶어 하기에 역으로 몰린다. 이들을 한 번에 열차에 실을 수 없기에 인원을 나눠야 한다. 또 질서가 없이 사람이 뭉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들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수많은 사람이 안내했고 그중 하나가 나였다.


이 일을 줄곧 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역할은 체계적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이지만 수월히 할 수 있었다. 출입구에서 통제하는 역할, 승하차 게이트에서 인원을 통제하는 역할, 승강장에서 인원을 통제하는 역할 등 각자 임무를 수행했는데 나는 승강장에서 인원을 통제했다. 3-4부터 1-1까지 인원을 통제하는데 4줄로 세워 열차를 기다리는 줄을 분산하고 그 뒤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줄에 걸리지 않도록 했다.


효과적으로 안내하기 위해 장비도 사용했는데 여행 가이드처럼 마이크와 무전기를 찼다. 마이크는 큰 소리로 안내하기 위한 용도였고 무전기는 안내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용도였다.


콘서트를 보러 온 사람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도 있었지만, 외국인도 많았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세계 곳곳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사람을 보며 우리나라 음악이 세계의 인기를 얻고 있으며 우리나라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조금 어려 보이는 팬들은 그들의 부모와 함께 온 모습도 보였는데 자식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을 잘 통제할 수 있을지, 통제가 안 되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내 우려와 달리 대다수가 말을 잘 들었다. 그들의 천성이 착한 것도 있겠지만 가수의 팬인 자신들의 행동이 가수의 이미지를 대변한다는 생각이 있어 가수를 위해 더 도덕적으로 행동한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팬들의 가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 안내 지원을 하며 긴장과 더위에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그에 걸맞게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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