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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Feb 13. 2016

15. 파리 마레지구 둘러보기

흥미로운 것이 넘쳐나는 도시 파리

나는 이상한 반골기질이 있어서 파리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많은 이들이 얘기하는 파리에 대한 낭만은 나에겐 오히려 거부감만 강화시킬 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낮은 기대는 오히려 내가 파리를 좋은 인상으로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직접 방문한 파리는 역시나 유럽 최대의 도시, 세계 최고의 관광지임을 실감케 했다. 내가 지나쳐 온 약간 심심한듯 했던 전형적인 유럽의 도시들과는 달랐다. 파리는 '예술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그 어떤 도시 보다 잘어울리는 곳이었고, 볼 것, 할 것, 먹을 것들로 가득했다.


크고 멋진만큼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도시였기 때문에 머물 숙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숙박비는 비쌌고, 시설이 마음에 들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은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겨우 찾은 마음에 든 파리 호스텔은 대부분의 숙소가 숙소예약대행사이트를 통해 간단히 예약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직접 컨택해야했고, 도착하기 전날 확인전화를 주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된다는 조건까지 걸려있었다. 나의 짧은 영어로 바디랭귀지가 제한된 채 목소리로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도전적인 과제였다.


나는 마침내 이 모든 과제를 극복하고, 마레지구 생폴(St.Paul)의 고풍스러운 호스텔에 묵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호스텔은 고풍스러운 역사만큼이나 고풍스러운 고지식함도 여전히 지니고 있어서 첫날부터 계단을 이용해 5층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끙끙거리며 방까지 날라야 했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려면 10시간에 10유로를 내야한다고 했다. 한국인의 사고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호스텔 밖을 나서기만 하면 수시로 맥도날드를 찾아 와이파이를 구걸해야했다.


내가 묵었던 MIJE 호스텔 입구


하지만 세련된 상점과 레스토랑, 멋진 미술관 등으로 가득찬 마레지구는 이 모든 불편함을 감당하게 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마레지구를 둘러보았다.


생폴 생루이(St.Paul-St.Louis) 성당

이미 이태리를 거쳐오면서 바티칸 대성당부터 피렌체 두오모까지 그 지역에 내로라하는 성당들은 다 섭렵한 나인데도 그런 성당에 비하면 작은 규모에 불과했던 생폴 생루이 성당은 내 기억 속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남아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저 조명은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강당을 연상케 한다.


보주 광장
공원 근처 빅토르 위고의 집
빅토르 위고와 관련된 책들
화려한 저택의 내부

작가 앙드레 지드는 프랑스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가 누구냐는 물음에 '어쩔 수 없다. 위고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레 미제라블>, <파리의 노트르담>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빅토르 위고는 이미 스물세살 때 작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최고의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다. 그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문학사 전체에서도 중요한 인물로 취급받는다.


근처의 피카소 미술관에도 방문했는데, 유럽여행 중 방문했던 모든 미술관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작품을 보고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피카소가 처음이었다. 피카소의 자유로운 창작열정을 닮아 다른 미술관과 달리 카메라 촬영이 허용되는 것도 좋았다.

엄청난 인파의 입장줄, 그래도 결국 줄어들긴 하더라
<한국에서의 학살>, 1955
미술관 내부 흥미로운 그림과 조각들

의외로 삼성이 미술관 후원을 하고있어서 놀랐는데, 여기저기서 삼성 로고를 볼 수 있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삼성이 후원하는데는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작품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스름지는 저녁의 마지막 목적지는 꼭 가보고 싶었던 바스티유 광장이었다. 더 이상 혁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 역사만은 영원히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광장 바로 옆에는 엄청난 규모의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파리는 정말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흥미로운 도시였다. 왜그렇게 다들 '파리'를 외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반나절의 관광도 매우 익사이팅 했다. 파리에서의 남은 3일이 기대되는 시작이었다.


마무리는 파리의 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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