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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Feb 26. 2016

100년 전의 청년들을 상상한다

취업 준비에 힘들어 할 청년들에게

취업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이 드는 건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다.

특히, 내가 애정을 가지고 지원했던 회사로부터 거절을 당할 때엔, 세상은 너무나도 크고 나는 너무 작아서 이 세상에 내가 설 곳이란 없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하는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원인이 이 시대의 청춘들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현시대의 젊은이들은 지난 어떤 시대보다도 훌륭한 교육을 받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동시에 우리 시대는 경제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고, 청년 실업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다.

MBC 시트콤 <논스톱>에서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토로하던 앤디의 대사가 유행했던 시절이 10년도 전인데,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면서 청년들의 구직난은 점점 더해지고 있다.

결국 젊은 세대의 일자리가 부족한 이유는 시대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100년 전,

우리나라는 일제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우리 조상들은 민족 문화를 말살하고 경제적 자원을 수탈하는 일제의 횡포에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때는 이 한 줄은 내가 암기해야 할 단어의 모음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이 시대의 청년으로서 그 시대의 청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들은 암울해하고, 좌절했을 것이다.

친일하지 않으면 꿈을 펼칠 수 없는 세상, 자신의 뿌리를 부정해야 하는 현실..

게다가 그들은 위안부로 끌려가거나 징집되어 일제의 노리개로 혹은 총알받이로 그들의 청춘을 내놓아야만 했다.

그것은 지금의 청년들과 다르기도 하지만, 그들이 겪는 일련의 암울함과 좌절감은 비슷한 부분도 있기에 우리는 그 시대의 청년들을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당장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수준은 아니니 다행인걸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개인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때때로 소외되고 희생되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뭉치지 않으면 너무나도 나약하고, 생존을 위해서라면 가끔은 잔인하기까지 한 존재들이니까.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청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너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으니 너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라고, 니가 못난 탓이 아니라고 말이다.

이건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나자신에게 또 같은 입장인 청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말뿐인 위로 밖에 없어서 슬프다.

슬퍼할 수 밖에 없는 내가, 그리고 이 시대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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