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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보기 Mar 05. 2016

감정의 찌꺼기

아무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존재했던 시간 속의 나와 당신, 그리고 그 공간의 공기마저도.


다 잊힌줄 알았는데, 작은 연결고리에만 우연히 살짝 닿아도 나는 곧 당신으로 가득찬다.

가치관 차이에 따른 이별과 나의 성장에 대해 생각하고, 관계에서의 당신의 불리함과 그로 인해 다칠지도 모르는 나를 생각하고, 갑작스레 나를 덮쳐온 당신의 숨결을 생각한다.

그리곤 다시는 당신에게 닿을 수 없는 나를, 되돌릴 수 없는 우리의 관계를 체감한다.


나는 그저 왜 당신이 잊혀지지 않는 것인지 알고 싶다.

단순히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나의 미련인 것인지, 이 미련은 결국엔 잊힐 감정인 것인지, 그렇다면 왜 아직도 나는 당신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싶다.

호르몬 탓이라, 외로움 탓이라 외면하며 당신의 빈자리를 일년간 버텼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 감정에 내가 한때 당신에게 말하고자 했던 무거운 단어를 매달아도 되는 것인지 알고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렇게 감정의 찌꺼기를 쏟아내 버리고는 얕은 한숨을 내쉬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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