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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stlecake Aug 29. 2018

태워줘서 고마워

코끼리 폭포보다 예쁜 코끼리 폭포 가는 길



인테리어가 예쁜 숙소 사진에 혹해 달랏 지리도 모르고 잡은 숙소는 중심가와 꽤 떨어져 있었다.

오픈한 지 얼만 안 된 숙소 한쪽은 아직도 한창 공사 중이었고, 둔은 인테리어 스탭이었다.

그의 영어는 심플했고, 수줍었다.

하노이 출신. 후에 대학교에서 미술 전공. 하노이에서 달랏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4일 만에 왔단다. 

베트남 젊은이들에겐 이정도 바이크 여행은 아무것도 아닌 듯.


내일 코끼리 폭포를 갈거라 말했더니, 짧은 영어로 가는 길을 열심히 설명해 준다. 그러다 못 미더웠는지
(달랏 지리를 모르는 내가 못 미더운 게 아니라, 이곳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더 못 미더워하는 눈치) 내일 아침에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아침을 먹으러 나오니 색깔도 예쁜 헬멧 두 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그래, 오토바이로 하노이에서 달랏까지 왔다고 하니, 바이크 운전 실력을 믿고 타자. 

하긴 안 믿으면 어쩌겠어, 태워다 준다는데.



헬맷을 쓰고 스쿠터 뒷자리에 앉았다. 어깨를 잡았다가 아무래도 불안해서 허리를 잡았다. 내 허리 절반만 한  가냘픈 남자아이의 한 줌 허리를 꼭 붙잡고 달랏의 산동네에서부터 도떼기시장 같은 시내 도로를 달린다. 

그가 운전을 못해서가 아니라, 베트남 도시의 도로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떤 교차로에도 신호가 없고, 사방에서 차와 오토바이가 언제 훅 들어올지 모른다. 5분쯤 달렸을 때, 이 스쿠터에 백미러가 없다는 걸 알았다. 몸에 긴장이 빡 들어갔지만 티 내지 않는다. 여기서 안 죽을 거 아니까. 베트남 사람들은 카오스 같은 도로에서도 마치 물 흐르듯 유연하게 운전한다. 



알고 보니 버스정류장은 어제 몇 번이나 돌아다닌 길에 있었다. 못 읽어서 지나친 건지, 다시 보니 정류장 간판이 있더라.  둔은 날 내려주고,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 한 분에게 내가 탈 버스를 일러주며 그 버스가 오면 나한테 알려주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 



Good luck




둔은 스쿠터를 타고 떠났고, 나는 달랏 할망이 손으로 가리키는 어린이 의자같이 작은 사이즈의 플라스틱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베트남 아낙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린다. 






어쨌거나 덕분에 나는 별 탈 없이 무사히 코끼리 폭포를 갔다 왔다.  돌아오는 로컬 버스도 금방 왔다. 

"Lucky!"






사실 코끼리 폭포보다, 달랏의 하늘과 구름, 산마을 풍경이 더 아름다웠다. 

가끔씩 도로를 점거하는 소떼들도 사랑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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