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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것이다” 해당 문구는 ‘매트릭스 리로디드’가 개봉했을 당시의 태그라인. 해당 태그라인을 뮤지컬에 적용한다면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이하 ‘라이온 킹’)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증강현실이 대세로 떠오르는 21세기 시각효과 테크놀로지의 발달 측면에서 볼 때엔 다소 올드해 보이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갖고 무대화하지만, 애니메이션 속 품바와 티몬을 이질감 없이 표현한 것을 비롯해 가젤 무리를 자전거 바퀴로 형상화한 창의적 아이디어 등은 아날로그 감성을 무대화함에 있어 극대치로 끌어올렸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세계 4대 뮤지컬을 비롯해 백 편 이상의 뮤지컬을 관람해온 필자가 볼 때, 이를 능가하는 시각적 효과를 선사하는 뮤지컬은 극히 드물다. ‘라이온 킹’ 외에도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뮤지컬로는 웨스트엔드 뮤지컬 ‘고스트’를 예시할 수 있지만 귀에 꽂히는 넘버가 단 하나도 없는, 음악적인 매력에 있어선 전무하다시피 한 리스크를 갖는 반면 ‘라이온 킹’은 '서클 오브 라이프' 등의 넘버가 인상적인 뮤지컬이다.     


그런데 뮤지컬 ‘라이온 킹’의 시각적 성취를 영화로 확장하면 흥미로운 지점이 도출된다. 시간이 흐르면 기술적 성취 또한 따라서 발전하기 마련이기에 20세기에 만들어진 뮤지컬보다 21세기에 제작된 실사 영화가 관객에게 제공 가능한 성취에 있어 진일보했어야 마땅했는데, 반대로 동명의 영화는 ‘청출어람’일줄 알았지만 결과적으론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옛 속담을 확인시키고 말았다.     


왜일까. 영화 ‘라이온 킹’ 의 패착은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에선 가능했던 무파사와 심바 등의 표정 구현이 갖는 매력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사바나의 사자와 티몬, 품바를 CG로 정교하게 구현하는 기술적 성취만 중시했지, 아날로그적 감수성 표현이 중요한 표정 묘사는 등한시한 결과가 영화의 패착, 언캐니 밸리로 다가온 탓이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시청하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끔 작용하는 영화적 성취가 뮤지컬의 무대화 적용을 위한 아날로그적 기술이 제공 가능한 성취보다 뒤떨어지는 아이러니가 ‘라이온 킹’ 영화와 뮤지컬에서 20세기와 21세기 두 세기에 걸쳐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뮤지컬의 무대화가 영화 속 첨단 CG를 능가한 비결은 무엇일까. 앞에서 언급한 ‘표정’의 구현이다. 만일 뮤지컬 ‘라이온 킹’을 무대화함에 있어 실제 사자와 최대한 흡사하게 묘사하기 위해 뮤지컬배우의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가면을 배우의 얼굴로 뒤덮었다면 전 세계에서 1억 1천만 명의 관객 동원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 게 분명하다.      


뮤지컬을 가면극으로 착각하지 않고 배우의 얼굴이 드러나는 시각 디자인을 통해 배우의 다면적 표정 변화를 통해 극중 동물의 다양하고 섬세한 감정을 객석에 어필한다는, 다소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극대치로 끌어올림으로 현재까지의 관객 동원이 가능하게 됐고, 오로지 테크놀로지만 과신한 채 동물 표정 묘사의 중요성을 읽지 못한 영화보다 월등한 무대 전달력의 성공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Photo by Deen van Meer ⓒDisney

재밌는 점은 해당 뮤지컬이 현재 무대화 중인 연극 ‘리차드3세’와 매치된다는 점이다. 무파사를 에드워드4세, 스카를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차드3세, 심바를 런던탑에 유폐당한 에드워드5세로 치환해보라. 연극에선 에드워드5세가 스카를 응징하는 심바처럼 리차드3세를 응징하진 못하지만 뮤지컬 ‘라이온 킹’은 ‘리차드3세’ 등장인물과 정확하게 매치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3년 전 VIP석 관람료는 당시 관람료로는 최고가인 17만 원에 책정된데 이어 올해도 타 뮤지컬에 비해 18만 원이라는 고가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프랑켄슈타인’이나 ‘엑스칼리버’, ‘지킬앤하이드’와 ‘빌리 엘리어트’ 등 현재 대형 공연장 뮤지컬의 VIP석 가격보다 3만 원 가격 차이가 난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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