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과 면접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업무상 2013~2015년까지 대학생 약 3,000명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짧은 기간 내에 전국을 돌며 면접을 봤는데 피 면접자 입장이었을 때는 몰랐던 몇 가지가 있어 포스팅.
우리가 수험 중심의 학창 시절에 귀가 따갑게 들은 이야기가 바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였다. 면접에 있어서도 이는 변치 않는 금과옥조다. (어쩌면 조선시대에도 과거 보러 가는 자식에게 똑같은 얘기를 해줬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면접은 불변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면접자의 입장은 ‘당신이 누군지 알고 싶다.’이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하는 것도, 날씨에 대해 묻는 것도, 그날 옷차림에 대해 칭찬을 하는 것도 모두 불필요한 탐색전과 ‘잘 준비된’ 답변을 빨리 넘기고 상대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면접을 해보기 전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가 – ‘win-lose’ 즉, 한 사람이 이기면 한 사람이 지는 관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면접을 해보니 두 사람은 협력 관계라는 걸 알게 되었다. 면접자는 피 면접자가 면접자를 믿고 빠른 시간 안에 본인의 정수/본체를 보여주도록 배려해야 하고 피 면접자 역시 면접자를 신뢰하고 자신이 누군지 명료하게 보여줘야 한다.
(물론, 내 본모습이 그 회사와 fit이 안 맞아 탈락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는 맞는 척해서 합격해도 문제다. 결국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군지 보여주기’ 위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본인이 감명받은 이야기로 자기 소개하기
내가 인터뷰한 1,000명 중 약 10%가 이 방법을 썼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과 차별화해야 할 인터뷰에서 100명 중 10명이 서로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는 얘기다.
그중 제일 많이 들은 것이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이다.
본인은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와 거품을 얹으면 카푸치노, 우유만 타면 카페라테 같이 된다고 본인을 설명한다. 놀랍게도 1,000명 중 78명이나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너무 많은 지원자가 동일한 비유를 사용해서 찾아보니 SERI CEO에 헌신하는 인재를 표현하기 위해 espresso man이라는 표현을 썼다는데 그 개념 자체가 꼭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자기를 보여주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다음은 베이스 기타 같은 사람이다. 베이스 기타는 멜로디를 연주하진 못하지만 묵묵히 음악의 리듬을 살려주어 없어서는 음악이 완성될 수 없다. 는 내용이다. 1,000명 중 18명이 똑같은 얘기를 했다.
이런 비유를 통한 소개는 그 자체가 독창적이고 실제 경험과 사례로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안 쓰는 것이 좋다.
몇 명은 ‘이름의 한자 뜻풀이’로 자신을 설명했는데,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름의 뜻은 조부모/부모가 지원자에게 뭘 기대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면접관에게 주는 정보는 거의 없다.
존경하는 인물이나 격언, 가훈, 명언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이순신 장군이라고 해서 내가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무엇을 해왔는가?로 나를 설명하기 (what you did is not who you are.)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해온 지원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케이스인데, 내가 누군지 보다는 내가 참여했던 일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만 설명한다. UN에서 인턴을 했고 UN이 얼마나 대단한 국제기구인지 설명한다고 해도, 면접자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그곳에서 필요한 역량과 우리 회사가 원하는 능력이 다를 수도 있고) 그러나 같은 국제기구에서의 경험이라도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의 결과는 어땠으며 그 사건으로 인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 설명한다면 당신이 누구인지 좀 더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의점 파트타임일 지라도 이렇게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지원자라면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나의 강점을 나열하기
사실 한국에서 학부를 나와서 입사 지원하는 사람의 능력의 총량에 얼마나 차이가 있겠는가 생각해보면 큰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투입된 정보와 자원, 거쳐온 프로세스가 거의 표준화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남보다 이만큼 낫다’가 아니라. ‘남들과 이렇게 다르다’를 설명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강점의 개수로 남보다 낫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옆사람은 강점이 3개지만, 전 30개예요.” 이런 자기소개를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은 ‘수많은 강점 중에 본인이 집중해야 할 경쟁력 있는 강점이 뭔지 아직 모르는 사람이구나.’이다.
지적 우월감을 뽐내기
지원자들 중에 ‘너무’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분이 간혹 있는데, 이 역시 출제자의 입장을 파악 못한 것이다. 커리어상의 특정한 경험을 보고 뽑는 경력 채용과 달리 대졸자 면접은 그 사람이 가진 능력 자체보다는 ‘내가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를 판단하기 마련인데, 지적 우월성을 내세웠을 경우 (실제로 매우 우월할지라도) 피 면접 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1) 면접관도 이해 못할 어려운 얘기를 하면 면접관이 당신이 정말 우월하다는 것을 알 방법이 없고 2) 면접관도 다 아는 얘기를 뽐내듯 하면, 다 아는 얘기로 잘난 척하는 것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기타. 1+1은 귀요미…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이걸 하신 분도 꽤 많음…)
물론, 왜 지원자들이 에스프레소나 베이스 기타 같은 묵묵한 헌신형 인재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가? 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볼 부분이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면접관은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보길 원한다.
지원자는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보다 좀 더 잘 포장된 사람으로 보이길 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맨얼굴을,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는 점만으로도 그 지원자는 선택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문링크 : https://jerryorg.wordpress.com/2016/09/21/interview-do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