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만에 글을 올리고자 마음을 먹게 된 계기
어제 잠들기 전에 오랜만에 나의 일이나 자기 계발과 관련된 책이 아닌, 그냥 편안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내 책장에 있는 책들을 보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 읽는 거라 생각했지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적어두었던 메모들이 있었다. 이 책도 다 읽지 못하고 그냥 책장에 꽂혀 있었던 것이다.
언제 읽은지도 모르는 책이기에, 일단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기로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읽지 않았는데, 지금의 나의 상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 구절이 있었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 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 만한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계속하는 것 -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19.
이 문장을 보면서 딱 두 가지를 다시 해보기로 했다.
내가 잘하고 싶은 달리기와 글쓰기를 두 가지 방식으로 꾸준히 해보자.
첫 번째는 리듬이 끊기지 않도록, 매일 달리고 글쓰기를 (시작) 하기
두 번째는 리듬이 끊기지 않도록, 무리하지 않고 달리고 글쓰기
이 책을 보고 나서는 바로 내일 아침에는 달려야겠다고 먼저 마음을 먹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2일은 달리자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달리지 않은지 10일이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나서도 나의 머릿속에서 갈지 말지를 오래 다투었다. 그대로 어제 읽은 위의 문장을 떠올리고 바로 뛰러 나갔다. 10일 만의 러닝이다 보니, 꾸준히 뛸 때에 느껴졌던 가벼움이 사라졌다. 뛰기 시작하자마자 발목에 통증이 왔고, 연속해서 뛸 때는 쉽게 느껴졌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새 몸이 적응한 뒤에는 꽤 멀리 뛸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때도 '오 괜찮은데? 조금 더 뛰어볼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다 이번에도 위 문장을 떠올리며 '여기서 조금 더 뛰면 돌아갈 때 분명히 무리한 것이 될 거야'라며 다시 출발점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다시 출발점으로 뛰기 시작하면서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만약에 더 멀리 뛰어서 돌아오려 했다면, 중간에 포기하고 걷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또 완주하지 못했다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니 한 번에 멀리, 빨리 달리려 하기보다는
내가 편안히 달릴 수 있는 거리와 속도로 매일 달리러 나가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러닝을 마치고 들어와서는, 며칠 전에 보았던 브런치 알람이 떠올랐다.
어느새 브런치에 글을 안 올린 지 1년이 지났다(!!!). 꽤 여러 번의 알람을 받았지만, 일이 바빠서, 너무 피곤해서 브런치의 알람을 무시해왔다. 브런치를 쓰면서 내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알릴 수 있었는데, 어느새 글을 쓰는 것은 뒷전이 되었다. 일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글감이 떠올라서 간단히 정리하기도 했지만, 글 하나를 완성해서 발행을 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것도 러닝과 비슷한 것 같다. 이전에도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는데, 여전히 글은 완성하는 것이 어렵다. 하나의 글을 브런치에 '발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는 무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것저것 수정하느라 시간을 오래 쓰는 것이긴 하다. 가볍게 완성해서 발행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을 알지만, 여전히 '가볍게' 쓰는 것이 어렵다. '가볍게 쓴다'라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왜 '가볍게' 쓰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문득 떠올랐다. (역시 글을 써야겠다.)
나의 수준에 비해서 어쩌면 나 스스로 너무 높은 완성도, 전문성을 바라면서 쓰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스스로 기대하는 결과물의 수준이 너무 높다 보니, 이것저것 찾고, 다시 수정하고, 이 글이 정확한지, 혹시나 잘못된 정보는 아닐지 계속 고민한다. 지금 나의 수준에서 쓸 수 있는 글을 '가볍게', '자주' 쓴다면 내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내 수준에서 '무리하지 않는 수준'으로 '꾸준히 쓰는 것'이 필요하겠다.
(나의 수준에 대해서는... 좀 고민해봐야겠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달리고 쓸 수 있는 나만의 리듬을 찾자.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던 것을 계속하기 위해서 하자.
어제의 러닝을 이어가기 위해서 오늘 1분이라도 달리러 나가자.
어제의 글쓰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오늘 1문장이라도 쓰자.
그것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일단 꾸준히 해서,
계속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들어봅시다.
그저 계속하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해가면서,
계속하는 것에 어려움, 두려움, 힘듦이 없도록 리듬을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