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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트리 Jan 16. 2023

MEXICO는 Mex I can (1)

아주 작고 당돌한 시작으로부터

MEXICO   Mex I can


_ 시작의 시작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라는 도시에 머물 때였어요. 한 번은 묵고 있던 호스텔에서 일하던 사람이 나가게 되어 그 자리에 대신 일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했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고민 없이 쉽게 도전한 것 같겠지만 전혀 아니에요. 저는 없는 어려움도 만들고 상상해서 고민하는 유형의 사람이라서요. 리셉션에 찾아오는 여행객들을 감당하는 것부터 투어예약을 잡는 것까지 모든 게 도전이었거든요. 사실 생각해 보면 방송일이 백 배는 더 힘든데 말이죠. 무모한 제안인가 싶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이미 일하고 있던 친구가 그러더군요, 여기까지 혼자 와 놓고 진짜 이 정도 일로 겁내고 있는 거냐고.


그 길로 저는 그 일을 맡았습니다. 안 해봤으면 어땠을까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제 삶은 눈 깜짝할 사이에 더 흥미로워졌죠. 해보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거예요. 지붕 위로 무지개가 뜨는 것, 이웃한 빵집에 첫 빵이 구워져 나오는 시간, 거래처인 여행사 사장이 굉장한 농담꾼이라는 것, 떠났던 여행자들이 마음을 두고 간 나머지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오곤 한다는 것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었어요. 저를 가두어 키운 거대한 한국식 완벽주의와 이별하는 훈련을 했어요.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의 맛이 나는 시간들이었죠. 사람이 사상가에서 행동가로 단숨에 바뀔 순 없어요. 그렇지만 아주 작고 사소한 도전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두 번째 인생으로 이끕니다. 하면, 할 수 있게 됩니다.


할 수 없는데 한다고 해서 빈축을 사거나,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아서 비난을 사거나,

할 수 없지만 하고 싶어서 절망하거나,

할 수 있지만 하지 못해서 실망한다거나…

그러면 어떡하지?


이 모든 걱정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여러 가지 핑계에 불과하다.

그저 시작을 시작해야 한다.


<She is a dot> Juste, San criostbal de las casas ©hu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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