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고 있어
그날은 너에게 이유 없이 꿀을 주고 싶었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꿀이 가득 담긴 병이 떠오르지 뭐야.
그 길로 작은 동네에 있는 모든 마트를 다 뒤졌어.
여깄다!
꿀단지 뚜껑에 자욱한 먼지를 엄지손가락으로 쓱 닦아낸 다음, 왠지 기분이 우쭐해져서는 큰 소리로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물었지.
어쩐지 단돈 15.5 벨리즈달러인 이 꿀이 우리나라 토종꿀보다 더욱 소중해졌어.
네가 아끼지 않고 팍팍 뿌려 먹을 거란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달렸지.
오드리헵번처럼 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 너를 기대하며.
혹시 보지 못할까 봐 발아래를 보라는 메모도 남겨뒀어.
아마도 너는 꿀이 나인지 아니면 그 노란 것인지 헷갈릴지도 몰라.
내가 당신을 많이 애정하고 있어.
[안녕, 허니. 허니를 허니에게! 여기에 너의 허니를 둘게. 너의 허니로부터.]
고백하노니,
당신과 걷던 길은 달콤하고 달콤하며 달콤하고 달콤하니 모든 것이 달콤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