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UCHU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트리 Feb 03. 2023

Bolivia는 Via bolivia (2)

생의 경유지


오후, 티티카카 호수는 햇살이 조각낸 수 만개의 다이아몬드로 넘실댄다. 아이들은 볼에 새긴 두 개의 빨간 태양 위로 하나같이 모자를 쓰고 있다. 해가 넘어갈 때 옆으로 쓰러지는 그림자를 기다려 놀곤 한다. 길목에는 주인 모를 작은 나귀와 양 떼들이 진을 치고 있다. 호수를 안방 삼은 돼지도 간혹 나타나곤 한다. 매일이 똑같은, 조용하고 무심한 섬이다.


밤, 차갑게 식은 하늘에 별이 주근깨처럼 흩뿌려진다. 별 반 하늘 반인 꽉 찬 밤이다. 섬 구석구석을 오가던 동물들도 저마다의 지붕 아래에서 잠들었을 시간.


나는 바깥세상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애타게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에 의해 실종신고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고 바깥 세상의 시간을 무시했다.


오후, 보트를 기다린다. 배낭끈이 헐었다고 느껴진 건 나의 착각일까. 신선놀음에 도낏자루가 썩는 법이다. 신선들이 거쳐가는 곳, 태양의 섬을 떠난다.


<She is a dot> Isal del sol, Bolivia huchu


매거진의 이전글 Bolivia는 Via Bolivia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