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 Thailand
‘open.’
유독 그 거리에선 그 간판만 눈에 띄었다.
다른 곳처럼 얼른 들어오라고
메뉴가 적힌 것도, 가격이 적힌 것도 아닌
그저 ‘OPEN’ 네 글자만 써져 있었던
작은 간판이었다.
당신에게 별 관심 없어요.
하지만 굳이 들어오고 싶다면.
긴 시간은 못 내겠지만
잠깐 들어오도록 허락해줄게요.
라고 말하는 듯했다.
사실 처음엔 다른 사람 손에 이끌려
무관심하게 들어간 카페였지만.
카페에서 바라보는 그 간판은
앉아 있는 내내 거슬리게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주인까지
그 간판을 빼다 닮았더라.
친절한 웃음 따윈 없는
묵묵한 표정.
커피를 마시며
주인과 가게가
이렇게까지 닮을 수 있구나.
혼자 생각했다.
그 묘한 매력에 끌려
내게 관심도 안주는 이 카페에
종종 들르곤 했다.
그리고 네 번째 방문이 돼서야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게
주인이 와서 먼저 말을 걸었다.
결국 그 주인은
내가 이 마을을 떠날 때
작별인사를 한
몇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떠나고 나서야,
처음부터 친절하지 않았던 것이 좋았다.
처음부터 친절하지 않았던 것은
누구에게나 친절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어쩌면 내가 조금 더 특별한 손님이었을지도 모르기에.
<카페에서 그린 그림>
현재는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옮겼습니다.
오래전 여행을 하고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사진을 다듬고 몇 해 전 책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쓰기 전에 책에 실은 글 중 좋아하는 글, 편집 과정 중 빠진 글, 사진이나 그림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다시 올려보려 합니다.
책을 봐주신 분들께는 다시 여행을 떠올리는 계기로, 아직 본 적이 없으신 분께는 답답한 일상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Instgram: @310.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