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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열 Oct 31. 2020

빠이의 어느 무심한 카페

Pai, Thailand


‘open.’

유독 그 거리에선 그 간판만 눈에 띄었다.


다른 곳처럼 얼른 들어오라고

메뉴가 적힌 것도, 가격이 적힌 것도 아닌

그저 ‘OPEN’ 네 글자만 써져 있었던

작은 간판이었다.


당신에게 별 관심 없어요.

하지만 굳이 들어오고 싶다면.

긴 시간은 못 내겠지만

잠깐 들어오도록 허락해줄게요.

라고 말하는 듯했다.


사실 처음엔 다른 사람 손에 이끌려

무관심하게 들어간 카페였지만.

카페에서 바라보는 그 간판은

앉아 있는 내내 거슬리게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주인까지

그 간판을 빼다 닮았더라.

친절한 웃음 따윈 없는 

묵묵한 표정.

커피를 마시며

주인과 가게가 

이렇게까지 닮을 수 있구나.

혼자 생각했다.


그 묘한 매력에 끌려 

내게 관심도 안주는 이 카페에

종종 들르곤 했다.

그리고 네 번째 방문이 돼서야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게

주인이 와서 먼저 말을 걸었다.


결국 그 주인은

내가 이 마을을 떠날 때

작별인사를 한

몇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떠나고 나서야,

처음부터 친절하지 않았던 것이 좋았다.

처음부터 친절하지 않았던 것은 

누구에게나 친절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어쩌면 내가 조금 더 특별한 손님이었을지도 모르기에.



<카페에서 그린 그림>

#태국 #빠이 #치앙마이 #카페 #올어버웃커피

현재는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옮겼습니다.





오래전 여행을 하고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사진을 다듬고 몇 해 전 책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쓰기 전에 책에 실은 글 중 좋아하는 글, 편집 과정 중 빠진 글, 사진이나 그림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다시 올려보려 합니다.

책을 봐주신 분들께는 다시 여행을 떠올리는 계기로, 아직 본 적이 없으신 분께는 답답한 일상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Instgram: @310.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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