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나름 나만의 여행 대화법이었다.
길거리에 앉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면
문득 누군가 내 옆에 앉아 말을 걸어왔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조금은 심심하게 벽화를 그리고 있으면
한 여행자가 무심한 척 적당한 노래를 틀어주었다.
그리고 손등에 헤나로 그린 꽃 몇 송이는
알록달록한 실 팔찌가 되어 내 손목으로 돌아왔고
장난스레 그린 얼굴 그림은
약간의 불평과 함께 과일 주스로 되돌아왔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을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가 여행에서, 사람들에게 대화를 건네는 방법이었다.
오래전 여행을 하고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사진을 다듬고 몇 해 전 책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쓰기 전에 책에 실은 글 중 좋아하는 글, 편집 과정 중 빠진 글, 사진이나 그림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다시 올려보려 합니다.
책을 봐주신 분들께는 다시 여행을 떠올리는 계기로, 아직 본 적이 없으신 분께는 답답한 일상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Instgram: @310.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