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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Jan 06. 2022

이동의 발자취를 더 따져야 한다

기후변화와 모빌리티

전세계 자전거 열풍의 이면에는 친환경 이동 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와 정부의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이동이 멈춘 3월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17%가 감소했다. 특히, 교통수단에 의한 배출량 감소는 전년 대비 36%가 감소하며 전체 배출량 감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3월 교통량과 교통체증이 감소한 결과 상습 정체구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에 가려져 있지만 오존 주의보 발령은 최근 들어 점점 더 빈번해 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대기질 개선을 두고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의도치 않은 저탄소 실험을 경험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동의 중단은 역설적으로 환경에는 큰 축복이 되었다.


그러나 국내 교통량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상황이다. 자동차 쏠림으로 교통량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증가하고 있고, 택배 수요가 폭증하면서 경유를 이용하는 차량의 이동도 더 빈번해 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고속도로 화물 통행량은 코로나19로 인한 우려가 가장 심했던 3월 1주차에 일평균 30.0만대로 코로나19 이전인 1월 3주차 30.5만대 수준에 육박했고, 전년 동기간 대비로는 3.4%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교통량은 국내 대기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국내에서 이동을 위해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46%는 경유인데, 22%를 차지하는 휘발유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전력과 신재생에너지는 이동을 위해서 2.2%만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경유의 영향이 큰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오존주의보도 매년 증가추세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기인하는 오존의 위험성을 알리고, 인류의 인식을 뒤바꾼 LA 스모그 사태가 터진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오존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연간 오존주의보 발령횟수 및 일수


우리나라의 자동차관련 세제 중에 환경교정적 성격이 강조되는 조세는 빈약한 실정이다. 특히, 배기량과 영업용 여부에 따라서 세제 부담에서 차등을 두고 있는 기본적 골격을 지속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외부효과를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조세 체계를 바꾸고 있는 해외와의 거리를 더 좁혀야 한다. 예를 들어, EU회원국의 다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관련 세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EU 회원국들은 2030년, 2035년, 2040년으로 나눠 ‘경유차 퇴출’을 선언하고 있다. 


이동이 환경에 미치는 발자취가 낮은 이동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서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경유 가격은 경유의 소비를 촉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세금을 통한 인센티브 조정은 개인들의 선호 변화와 외부효과의 내부화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사람 한명의 출퇴근을 위해서 1톤 이상의 중형차가 도로를 메우고, 피자 한판 배달을 위해서 0.1톤의 오토바이가 거리를 오가는 현재의 이동 방식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이동의 발자취를 꼼꼼히 따질 수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꿔야 한다. 나아가 친환경차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도 지금처럼 석탄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에 의존할 경우 내연기관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자동차의 구성 변화에 맞게 에너지 생산 방식도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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