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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교경제학자 Aug 25. 2021

자율주행이 코로나19와 만나면?

<역세권>, <킥세권>에 이어 <자세권>에 뜬다

투자소설 : 투자는 미래에 베팅하는 일. 미래에 대한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써보고 인사이트를 찾는 글




코로나19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종식보다는 독감 수준으로 치명률을 낮추고 매년 달고 살아가야 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더 가까운 미래가 되고 있다. 한편, 무인자동차에 대한 기대에 비해서 인간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미래는 아직은 조금 먼 상황이다. 이러한 미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선택을 하게 만들까? 자율주행과 코로나19가 만나서 만들어낼 미래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를 이용한 하나의 투자소설투자 가설(Investment Thesis)로 풀어보았다.



intro.

완전자율주행이 아니어도 된다



지난 8월 19일 테슬라의 AI day에서는 테슬라가 단순히 자동차 회사를 넘어서 인공 일반 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에서도 세계 선두권의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주목받았다. 농담처럼 등장한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도 높았지만,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해서 테슬라가 직접 슈퍼컴퓨터(도조컴퓨터)와 AI칩(D1 칩)과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를 만들었고, 이를 신경망 학습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눈길을 끄는 이슈였다. 인공지능을 조금 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GPT-3를 비롯하여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로 돌아가는 초거대 AI에 있어서도 테슬라가 세계 정상급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행사였다고 평가할 정도다. 사람의 지능과 유사한 AI, 즉, 인공 일반 지능(AGI)의 도래도 그만큼 빨라졌다고 느껴졌을 만한 테슬라의 깜짝 발표였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인공지능 역량은 가장 먼저 자율주행 고도화에 활용될 것이다. 이미 경쟁사들의 자율주행에 주로 활용하고 있는 라이다와 레이더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카메라만을 이용한 '완전 비전 중심 방식(Heavily Vision-based Approach)'의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의 하드웨어 인프라에 의해서 동작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공개되어 있는 FSD Beta가 대표적이다.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자율주행 성능을 보고, 인공지능 인프라의 발전에 기반한 비전 기술의 발전은 머지않아 테슬라의 '진짜' 완전자율주행을 비롯하여, 로봇 택시 등의 실현 시기도 더 빨라질 수 있음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AI day 며칠 후 일론 머스크는 돌연 FSD Beta 9.2(현재 가장 최신 버전의 Full-self driving 베타버전)가 본인 생각에는 크게 대단하지 않다고 트윗을 날렸다. 주요 언론들은 테슬의 '오토파일럿'이나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탑재된 테슬라 차량의 사고에 대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조사와 주요 정치인들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며칠 전 AI day에서는 우리의 자율주행 기술이 짱이다고 했다가, 바로 며칠 후에는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는 모순된 주장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또 구라를 쳐도 성립한다


완전자율주행은 반드시 올 것이다. 다만, 언제 올진 단순히 테슬라와 같은 특정 기술업체가 결정할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지도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이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차량이 돌아다는 현실의 인프라도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도로, 신호등과 같은 물리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법을 비롯하여 보험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소프트 인프라도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이번 투자소설은 완전자율주행이 아니어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즉, 일론 머스크가 이야기 했던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생각보다 늦게 도래해도 성립할 수 있는 가설이라는 것이다.


먼저, 코로나19의 종식이 가까운 미래가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완전자율주행, 즉, NHTSA에서 이야기하는 4~5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이 도래하는 시기도 생각보다는 가깝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으면서도 주거, 직장 등을 바꿀 수 있을만한 가까운 미래 시점의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은 현재 가장 대중화된 크루즈 컨트롤에서 테슬라의 Autopilot 수준이라고 해보자. 테슬라의 FSD 베타처럼 조금 더 실험적인 기술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중적인 수준에서는 2.5단계의 수준이라고 가정한다. 충분한 사람들의 의사결정의 변화가 모여야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다면, 2.5단계 자율주행은 무엇을 바꾸는가?



① 고속도로의 오토파일럿은 충분히 안전하다

현재까지 나온 2.5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바로, 고속도로로 대표되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이다. 서울로 치면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 등도 포함될 것이다. 보행자, 이륜차 등 도심 내 주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의 원천 변수를 비롯하여, 교차로, 신호등 등도 매우 제한된 환경이다.


사실 도심에서는 오토파일럿을 켜고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다. 개인적으로 제주도에서 테슬라 모델3를 렌트해서 운전해 보면서 느꼈던 바다. 간선도로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오토파일럿이 도심에서 차선이 끊기는 교차로를 지날 때, 차선을 잃고 갑자기 급하게 핸들을 트는 위험한 경험을 한 것이 컸다. 물론, 1년이 다되어 가는 경험이라 그사이 또 엄청나게 개선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아무래도 도심 운전에서는 아직은 사람이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의 오토파일럿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고속도로에서의 오토파일럿은 운전자들이 사고위험 없이 충분히 자율주행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짧은 경험에서 느꼈던 바도 그렇고, 유튜브에 올라오는 다양한 테슬라 오너들의 경험담을 보면, "고속도로에서는 무조건 오토파일럿"이라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미 테슬라뿐만 아니라 국산차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도 고속도로 운전의 부담을 크게 줄이고 있다는 경험담도 많은 상황이다.

https://youtu.be/oKtKRKaYmPo?t=476


② 고속도로의 오토파일럿은 장거리 운전 부담을 줄여준다 

고속도로에서는 오토파일럿을 믿고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장거리 운행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가 막히지 않는 구간에서는 차선 유지와 추월 등에만 신경 쓰면 되므로 오토파일럿에 더 맡길 수 있다. 또한, 막히는 구간에서 앞차 거리 간격을 유지하는 기능도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주는데 크게 기여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에서는 페널을 밟았다가 뗐다가를 반복하며 물리적 피로도에 더해서 전방주시를 위한 정신적 피로도도 높인다. 만약, 앞차와의 거리가 유지된다면, 이러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오토파일럿이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심리적인 운행 가능 거리의 한계를 더 길게 만들어준다. 매일매일 출퇴근하는 통근거리부터, 당일치기 여행으로 왕복하는 운행 거리, 출장을 부담 없이 갈만한 거리 등등 개인마다 경험에 근거하여 일, 휴식을 위한 최대 수준의 허용 이동거리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허용 이동거리는 운전자의 피로, 이동 시간에 의존하게 될 것인데, 오토파일럿은 운전자의 피로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심리적 이동거리 제한을 더 길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③ 고속도로의 오토파일럿은 생활 반경을 더 넓게 만들어 준다 

고속도로에서 오토파일럿을 믿을 수 있고, 이것이 장거리 운전 부담을 줄여주며, 결국 심리적으로 운행 가능한 거리가 넓혀진다면, 생활 반경이 더 넓게 바뀔 수 있다.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통근거리가 과거에는 10Km였다면, 고속도로를 활용할 수 있다면 20Km, 30Km가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당일치기로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면, 오토파일럿을 이용한다면, 덜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특히, 자가용으로 원하는 대로 이동할 수 있는 반경이 오토파일럿으로 말미암아 넓어진다.


전기차는 유지비도 경제적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유지비 비교 예시('7년이면 본전을 뽑는다')


중고차 직원이 꼽은 전기차 장점(출처 : 뉴시스)

자율주행과 더불어서 보급되고 있는 전기차의 경제적인 유지비는 더 많은 사람들의 생활 반경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서 연료비(충전비), 정비 비용 등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이는 시외버스, 기차 등 광역교통수단에 의존해야 했던 과거의 장거리 통근을 자가용으로도 충분히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기존의 장거리 통근은 경제적인 이유로 광역교통수단이나 통근버스, 대중교통에 의존하면서 대기, 환승 등으로 시간 낭비가 컸다. 그러나 전기차는 경제적인 이유를 과거보다 희석시킨다. 전기 충전 할인이 계속 과거보다 없어지는 추세고, 자차를 이용한 출퇴근 과정에서 주차비, 통행비 등의 추가 비용도 발생하겠지만, 피로를 줄여주면서도 언제든 필요한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주는 이점은 새로운 장거리 통근 수단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즉,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장거리 이동의 새로운 옵션이 생기는 것이다.



자율주행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한마디로, 자율주행, 특히,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이 보급되는 것은 사람들에게 과거보다 더 먼 거리의 통근/통학과 같은 일상적인 이동 혹은 휴일과 같은 특별한 시점에서의 이동을 가능하게 해 준다. 다시 말해서, 자율주행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가능하게 해 준다.




자율주행은 코로나19와 무슨 상관인가?




자율주행, 완전자율주행이 아니라 현재 수준에서의 자율주행은 고속도로와 같은 제한적 환경에서 충분히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 자율주행이 만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번 글의 본론이다.


자율주행과 코로나19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 코로나19가 바꾼 것도 살펴보자.


① 더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새로운 트렌드라고 하면 단연 재택근무다. 실리콘 밸리나 월스트리트처럼 트렌디한 직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보수적으로 소문난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재택근무다. 재택근무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이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시차 출퇴근이나 주 4일 근무 등의 보다 유연한 근무제도도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평일 러시아워 시간에 출근과 퇴근하던 일상을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IT기업의 경우에는 사실상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였는데, 일부 개발직군 종사자의 경우에는 아예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생활하면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② 재택근무는 더 먼 통근거리를 허용한다

재택근무는 당연하게도 통근의 부담을 줄인다. 주 5일 완전히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회사는 여전히 다수는 아기지만, 주 2일, 주 3일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주 5일 근무가 통근 부담이 100%가 줄어든 것이라고 하면, 주 2일~3일씩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의 통근 부담은 40%~60%만큼 통근 부담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통근 부담이 과거보다 줄어들면, 허용 가능한 통근거리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주 5일 기준으로 계산되었던 통근 거리가 재택근무를 하는 일수만큼 더 할증될 수 있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시차출근제가 더 확대된다면, 출퇴근 러시아워를 피해서 도로 통행이 원활한 시간에 출퇴근을 함으로써 과거보다 더 먼 곳에서 출퇴근을 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어떤 형태든 과거보다 유연한 형태의 근무 방식의 확산은 과거보다 더 먼 통근거리를 용인할 수 있다. 거주지와 직장과의 거리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아예 교외로 이주하는 사례가 뉴스로 보도되기도 하였다. 코로나19로 도시 봉쇄를 경험한 미국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도심을 떠나 교외로의 이주하는 것이 주목받았다. 이로 인해서 현재 역사적으로 상승 중인 미국 주택 가격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교외 지역의 집값 급등을 지목하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를 장기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을 떠나 교외의 넓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는 사례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③ 해외여행이 막히자 차박이 뜨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뜨고 있는 레저라고 하면, 요즘 예능계를 휩쓸고 있는 골프와 함께 차박(자동차 캠핑)을 꼽을 수 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여행 수요가 국내로 쏠리는 가운데, 안전하면서도 자유롭게 숙박까지 즐기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차박이 국내 여행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박 열풍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박용으로 용이한 레이(기아 경차), 카니발과 스타리아와 같은 미니밴, SUV 등 RV 모델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차박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 신차 출시도 흔한 상황이다. '캠핑 굿즈'를 비롯한 차박 용품의 판매도 덩달아서 높아지고 있고, 심지어 차박용 텐트의 특허 출원도 높아졌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차박이 뜨는 것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코로나19의 종식과 관련 없이 차박은 꾸준히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차박의 모멘텀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니즈는 계속된다. : 코로나19가 보다 유연한 근무를 가능하게 하면서 자연스레 레저와 여행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늘려준다. 더불어 제약된 외부활동으로 인해서 확대되는 코로나 우울증은 더 많은 힐링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킨다. 이를 충족하는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바로 차박이다. 차박 고유의 자연과 함께하는 휴식과 이동을 하면서도 언제든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차박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러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코로나19 이후에도 차박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박 열풍은 차박 생태계도 더 진화시킨다. : 차박 트렌드는 비단 완성차 업계만의 일이 아니라 차박 용품, 캠핑장 등 차박과 연관된 산업의 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차박 전용 관광상품을 개발해서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차박 수요가 많아지면서, 차박에 대한 공급도 더 많아지고 다양화되고 있다. 이렇게 공급의 수준이 높아지면, 차박에 대한 진입장벽도 더 낮아지면서 차박의 저변이 더 넓어질 수 있다.


한마디로 차박은 '선진화된' 레저 문화다. 사람들이 더욱 도시화된 삶을 살수록 자연을 더 찾게 되는 상황과 부합하면서도, 이동을 하면서 캠핑을 할 수 있는 기동력이 있는 보다 자유로운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코로나19로 이러한 트렌드가 더 빠르고, 넓게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모멘텀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코로나19는 무엇을 변화시키는 것인가? 바로 라이프 스타일이다. 자율주행이 그런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일과 휴식의 변화 동인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될 것이다. 자율주행과 코로나19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라는 면에서 맞닿아 있다. 특히, 통근 거리, 여행 형태의 변화에 있어서 둘이 교차하는 영역이 넓다.




자율주행 x 코로나19 = ?



너무 멀리 왔다. 먼길을 오느라 앞의 이야기들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율주행(고속도로의 오토파일럿)>

고속도로의 오토파일럿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가능하게 해 준다.

어떤 라이프 스타일?
= 고속도로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에 부담 없는 통근,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코로나19>

코로나19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가능하게 해 준다.

어떤 라이프 스타일?
= 더 유연한 근무를 가능하게 해 주고, 차박처럼 새로운 여행을 확산시킨다.


이제 이 둘을 포개어 보자. 자율주행과 코로나19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둘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양의 되먹임 관계에 있다. 코로나19가 교외지역에 대한 선호를 높일수록 장거리 이동 부담을 낮추는 자율주행에 대한 수요는 높아진다. 자율주행이 더 보급될수록 교외지역에 대한 선호도 더 용이해진다.


 自勢圈(자세권) : 자율주행차로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범위


한마디로, 자율주행자동차로 접근이 용이한 대도시 외곽 지역이 뜬다는 것이다. 공유 킥보드가 유행하자 지하철 역세권을 빗대어 '킥세권'이라는 용어가 나왔듯이, '자세권'(자율주행차 세력권)이라는 용어가 대두할 수 있다. 더불어 전기차 고속충천소까지 접근성이 높거나 집밥이 용이한 곳은 '자세권' 중에서도 '초자세권'이 될 것이다.



현재 단계의 자율주행을 '만끽'할 수 있는 도로는 고속도로와 시내의 간선도로들이다. 자율주행과 코로나19의 교차 효과가 높아지는 영역들은 바로 이러한 고속도로에 접근이 용이한 지역이다. 오토파일럿을 이용해서 이동한 비중이 높아서 자율주행으로 이동의 부담이 주는 효과가 클 수 있는 지역인 것이다. 조금 더 세분화한다면,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출퇴근하기도 쉬우면서도, 언제든 차박을 하러 떠나면서도 자율주행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고속도로 접근성 높은 교외지역 선호


예를 들어, 서울 안에서 찾아본다면, 간선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더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전기차 집밥도 먹일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 밖의 교외지역이라면,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IC 근처에 위치하거나 고속도로로 진출입하는 과정에서 병목구간이 없는 지역이 좋은 입지로 꼽을 수 있다.


자율주행기술이 지금의 2.5단계 수준보다 더 고도화된다면? 고속도로라는 제약을 풀어도 될 것이다. 국도에서 지방도, 시내 도로까지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질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 사람의 이동뿐만 아니라 사물의 이동, 예를 들어, 택배라든지, 음식배달, 식료품배달 등 퀵커머스의 변화도 만들어질 것이다. 로켓배송이 되지 않던 지역도 로켓배송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맛집 배달이 안되던 지역에도 배달이 가능하고, 편의점이나 마트가 먼 곳도 더 쉽게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연스레 이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반경도 넓어지는 다이내믹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몇 가지 체크포인트를 가지고 지도 앱에서 후보지들을 물색해 보자. 그리고, 추려진 후보지 중에서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과 재정, 가정 형편에 비추어 가장 관련이 없는 지역부터 하나씩 탈락시켜 보자. 그러면 무엇이 남을까? 이런 곳에서의 삶은 나의 행복을 높여줄 것인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면, 이런 지역들은 향후에 어떻게 개발될 것인가?





정리하면


자율주행은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인간의 물리적 한계와 경제적 한계를 크게 완화시켜줌으로써 새로운 삶의 형태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전이 현대의 도시 형태를 규정해 왔듯이 말이다.


나아가, 살기 위한 곳이자 사기 위한 것을 찾는 것이 주택에 대한 투자라면, '자율주행x코로나19'를 의미 있는 투자가설로 검토할 사람들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승률이 꽤 괜찮다는 것이 인식되기 전에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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