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지영 May 24. 2024

'가족 절연' 기획 기사 후기


“지영아, 너 결혼 며칠 앞두고 미안한데…”라면서 부장이 조심스럽게 꺼낸 기사의 주제는 ‘부모-자식 간 절연’이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맞춰서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였다. 얼마 전 가족을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포고를 했음에도 사실 나는 가족이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족은 그보다는 고통이라는 단어와 훨씬 더 닮아보인다. 


특히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음’은 가족을 한층 더 고통스러운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많은 이들이 가족을 벗어나기 위해 가족을 만들고, 가족에 다시 사로잡힌다. 그보다는 가족을 때려치워도 생존이 위협당하지 않을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기획을 준비하는 내내 내 옆에는 소피 루이스 작가의 책 ‘가족을 폐지하라’가 자리하고 있었다. 소피 루이스 작가는 책에서 "가족은 자본축적을 제외한 다른 모든 목적에는 비참할 정도로 부합하지 못하므로.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닐 때가 많다. 그냥 별 것도 아닌 데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것일 뿐"이라고 날카롭게 짚는다. 


나는 이 대목이 우리가 진정으로 가족과 자유로워지는 데 필요한 생각이라고 믿는다. 가족이 별 것도 아닌 것이 되면, 생각보다 많은 일이 해결될 수 있다는 예측. '가족 관계' 또한 '인간 관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을 담아서 썼다. 잘 전달됐으면 좋겠지만 언제나 이런 포부에 비해 기사는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내게 시간과 곁을 내준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은혜 모른다" 손가락질에도... 저는 부모와 절연한 자식입니다 https://omn.kr/28noc

"내 연락처 절대 못 알려줘" 부모 피해 꽁꽁 숨어버린 자식들 https://omn.kr/28nzk

작가의 이전글 "'커먼즈'는 언제나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