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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tta Jan 04. 2016

첫 새김, 영원할 나의 젊음

I got my first tatto.

  참 오래된 목표 중 하나. 명확하게 언제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타투를 하고 싶어 했다.

왜? 냐고 물은다면 내 신념은 이미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지만, 이 고귀한 신념을 늘 잊지 말자 되새김질을 하기 위해서 혹은 일종의 패션 아이템이라 치자. 계속된 타투에 대한 욕망을 이제까지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이유는 나의 하얀 살갗 위 평생 남겨질 문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좌우명, 신념, 목표 등 시시콜콜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함축적이면서 충분히 매력적인 문구와 디자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정말 생각만......


  사실 타투샵을 방문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3년, 뜨거운 여름 아마 상하이에 가기 한참 전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때 아마 꽂힌 문구가 있었겠지. 전화로 예약을 잡고 친구와 함께 타투샵으로 들어갔다. 쿵쾅쿵쾅. 얌전히 목 뒤에 새기려고 했던 나의 여린 목적과 달리 나를 반겨준 건 건장한 사장님이셨다. 물론 그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눈 앞에 가득 찬 타투 도안들과 바늘들을 보고 순간 움츠리게 되었다. 날름날름 나를 빤히 쳐다보는 회색빛 털을 가진 고양이의 눈빛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죄송하다고 한번 더 생각하고 오겠다고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던지고 나는 샵을 나왔다. 거리로 나오자마자 깊게 숨을 내쉬었고 친구와 눈을 마주쳤다. 너도 느꼈어? 그치? 안 하길 잘했어. 그날 우리는 타투는 접어두고 그저 립스틱 하나만 사고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밤, 나는 드디어 자그마한 타투를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타투에 대한 욕망이 지난 학기 화르륵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6주간의 유럽여행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개성 있는 타투와 그들의 낯선 향기에 나도 모르게 취했나 보다. 한국에 돌아가면 해야지 깊게  마음먹었지.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새기고 싶었던 문구는 'Born to die'었다. Lana Del Rey의 소심한 팬인 나는 이 노래를 듣자마자 느꼈던 소름과 감탄이 생각나서 그렇게 새기고자 했다.

 문구를 정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었다. 타투샵을 찾는 것. 다음 진도로 나가야 했다.

이와 동시에 마주한 마지막 학기. 이래저래 자소설을 쓰고 취업지원센터를  들락날락하다 보니 타투샵을 찾아야 한다는 두 번째 진도를 완벽하게 까먹었다. 그러던 중 나와 수업을 같이 듣던 교환학생 친구 K와 함께 타투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나보다 4살이나 어린 그의 탄탄한 팔목에 새겨진 새까만 문장을 보고 다시 자극을 받아 타투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Born to die'는 너무 미묘하고 잔인하고 우울해 보인다는 주변의 말에 새로운 글귀를 찾아 나섰다. 


  Young and Beautiful

이 또한 Lana의 노래 제목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전 소설, The Great Gastby의 영화 버전 ost일 뿐만 아니라 내가 평생 유지하고 싶은 그러나 내가 앞으로 관리하기에 따라 내 손을 떠나가기 쉬운 두 가지 것이 담긴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평생 유지하고 싶다.

 사실 Lana가 부른 Young and Beautiful은 내가 원하는 생기 있음이 담긴 노래는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 다가오는 변화와 이런 나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 내가 변하는 만큼 변하는 그들의 시선과 태도. 과연 내가 이전의 빛을 잃어도 나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냉담한 시선을 내가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지나간 세월만  애달파하는 무기력한 사람으로 남게 될까. 나의 욕망이 오롯이 담긴 제목이나 그 끝을 알 수 없어 더 미스터리 한 노래. 이 노래를 바탕으로 내 도안을 생각해 냈다.

 신체적인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늘 건강한 정신과 올곧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싶다. 시간이 흘러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장을 보러 갈 것이며 꾸준히 요가도 하고 쾌활하게 벌컥벌컥 맥주도 마실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 여전히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며 늘 깨어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언제나 사랑받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래서 생각해낸 무한대 표시. 무한대 안에 이 글귀를 남고 싶다고 문의를 하니 시술해주신 분이 옆에 작은 나뭇가지와 잎들을 달아 주셨다. 내 발목에 짙은 고리가  둘러졌다. 한동안 떼어낼 수 없는 아름다운 고리가


  반 오십이 되었음을 자축하며 앞으로 다가올 나의 색다른 젊음과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나는 그렇게 내 몸에 작은 글귀를 고이 담았다. 그렇게 하고 싶어 하던 그 타투를 말이다. 그 이유를 찬찬히 적어 내려갔지만 더욱 빨리 못했던 이유는 졸업을 앞둔 나에게 시기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면접은 어찌 볼 것이며 뭐라고 설명하겠느냐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깔끔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또한 나중에 초보수적인 시어머니 만나면 어쩔래?라고 겁주는 동생의 말에도 나는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왜 변명을 해야 하며 타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굳이 이해를 바라지도 않고 자유와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동시에 지고 걸어가기로 했다. 정말 타투를  온몸에 담은 분들이 보면 우스운 일기이겠지만 작은 저 고리가 나는 자랑스럽다. 나는 간절했고 그리고 결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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