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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tta Nov 24. 2015

내가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 이유

小說과 삶의 연결고리

  안경을 쓰고 아침마다 버스 타러 나가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뭔가 성공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기를 거부했다. 나에게 성공의 가치는 매우 주관적이고, 나는 아직 destination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실패한 삶도 아니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에는 늘 자기계발서가 위풍당당하게 걸려있다. 흠 지금까지 자기계발서 작가가 정한 Bible은 나에게 어떠한  감동과 교훈을 주지 못했다. 일말의 부러움도 경각심도 주지 않았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지만, 개인적인 경험 가지고 세상을 다 아는 듯이 그것만이 명쾌한 답이라는 듯이 가볍게 말하는 그 일기장이 싫다. 

  나는 자기계발서는 쳐다도 보지 않지만 소설은 심히 편愛한다. 소설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 내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표현은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소설을 지루해하는 이에게는 한낱 지루한 문장 나열이겠지만 그 한 권을 꼭꼭 씹어먹고 나면 책에서 뿜어나오는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박식해지는 기분이랄까 허허  

  "소설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닫자."라는 철학을 갖고 수업을 진행하시는 J 선생님의 말을 새삼 다시  되새김질하게 된다. 사실 소설을 읽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생겨나기도 전의 소설을 읽으면 지금 내가 서있는 21세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은 유한하나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끊임없이 재생하는 욕심에 인간은 스스로 자멸의 굴레에 갇혀있다. 자신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생각과 인간의 유한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제한된 자본 아래 억압하는 자와 투쟁하는 이는 꾸준히 존재하고 강자와 약자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참 웃기게도 반복되는 사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아직도 不在하다. 다행히도 남아있는 기록이 주는 자극과 영감으로 인간은 정답을 찾으려 한다. 세상사에 정답은 없지만,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공유'의 개념을 이해하고 ♥으로 가득 찬 사회를 꿈꿀 뿐이다. (그래서 IS를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또한 타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자신의 의지를 존중받아야 한다. 강요에 의한 행위가 아닌 자발적인 고민은 곧 자기 발전으로 이어질 테니까 (어쨌든 지금보다는 행복하겠지) 계발서라고 불리지만 전혀 Self-development 하게 도와주지 않는 書이기에 내 책장에는 여전히 고전 소설과 잔잔한 철학서 그리고 선물 받은 수필집만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종종 훔쳐보는 마케터 Y씨가 몇 달 전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마케터가 소설류를 많이 읽으시네요?

음 마케팅이라는 게 상상력이 굉장히 중요하고, 사람을 읽는 통찰력이 필요하지요. 마케팅 서적은 죽은 정보 밖에 없습니다.

  아 나는 잘 못하고 있는 것도 잘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직은 뚜렷하게 영향력을  확인할 수 없지만 나의 destination과 지금 내가 곁에 두고 있는 것들이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이런 독서야말로 진정한 자기계발이 아닐까. 남의 삶을 동경하고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의 삶과 연결 고릴 찾는 것이야 말로 나를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나와 함께하는 책들과 나의 궁합은 꽤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에 깊은 안도를 한다. 

 예쁜 책갈피를 사고 싶은 날이다. 형광펜을 죽죽 그어놓은 토익 단어집에도, 잠자기 전에 한 장씩 고이 넘겨 읽는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도 내가 꼭꼭 씹은 그 부분을  마무리해 줄 책갈피를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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