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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22. 2020

정우엄마, 텔레그램 n번방 알아?

내 아이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엄마로서 할 일이 무엇인가

어, 정우엄마~ 저녁 먹었어? 어 나도 먹었지. 응, 오늘은 볶음밥 시리즈로 해결했어. 배추김치 넣고 볶음밥을 몇 번 했더니 애들이 지겨워해서, 오늘은 깍두기 넣고 볶았지 하하.


응, 내가 톡 보내준 거 그 기사 링크 봤구나? 국민청원도 했어? 어우 나도 방금 보고 너무 열받아서 보낸 거야. 지금 아는 사람들한테 다 공유하고 있거든. 그러다가 정우엄마 생각나서. 아... 몰랐다구? 어머 그랬구나. 응, 작년 11월쯤부터 터진 일이고, 언론에 보도가 여러 번 됐었어. 기자들이 먼저 보도하고 그리고 나서 경찰 수사 시작한 거 같고, 보도되고 나니까 그 n번방인지 뭔지 없애고 다른 방 만들고 그런다고 어쩌고 하더니, 얼마 전에 박산지 뭔지 그 방 운영자가 잡혔대. 응, 청원은 그 운영자 신상공개 해달라는 거고. 어 그렇지 당연한건데 이렇게 안 하면 안하는 사회라니까. 아, 그리고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 청원도 새로 올라왔어.


청와대 국민청원. 아직 안 하신 분은 청원 부탁합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6880


어, 자기 충격먹었구나. 아이고 내가 다 미안하네. 안 그래도 정우엄마가 무섭다고 할 거 같아서 안 보낼까 했어. 어우 근데 이게 있잖아, 더 이상 무섭거나 기분 나쁘다고 외면할 일인가 싶어서. 그리고 이 일이 어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내 애들 일인거야. 응, 그 두 번째 기사? 그 피해자 여자가 교산데. 누가 연락이 온 거야, 지금 텔레그램에 당신 사진 신상 다 털렸다고. 그 여자가 인스타 계정 무슨 기능을 사용해서 추적했더니 글쎄, 그 방에 사진 신상 유포한 놈이 중고등학교 동창인 남자래잖아. 그리고 그 박사도 그렇고 그 밑에 직원이라 불리던 놈들이나 이용자들이나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래. 그냥 우리 애들이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애들일 수도 있다는 거지. 근데 이게 말이 되냐고. 그리고 그 국민일보 기사 봐봐. 별 일이 다 있어. 뭐, 어, 중학생 여자애 협박해서 초등학생 남동생, 어우, 그리고  어디 모텔로 나오라고 해서 남자놈들 여러명이 가서 중학생 여자애 강간하면서 실시간 시청하고, 성기에 애벌레 그건 또 뭐니, 어우 정말.


아니, 그래, 맞아, 이럴수록 침착해야 돼. 왜냐면 열받는 일 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거든. 여자들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당하고 사는 거 얘기하기 시작하면 1년 365일도 끊기지 않고 필리버스터 할 수 있지. 어우, 만약 시위를 했더라면 난 이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나가야 하나 엄청 고민했을거야. 응, 시위를 계획했었는데 코로나 땜에 연기하긴 했대. 아 근데 내 평소 생각은, 이런 일에 흥분하고 열받다가 끝나면 안 되고, 응, 그럼 우울하기만 하고, 세상이 바뀌지도 않아. 그래서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돼.


응, 그래 맞아, 정우라고 왜 모르겠니 여러 가지 다 알겠지. 우리 애들도 성폭행이 뭔지는 대충 개념 잡고 있는 거 같은데. 아, 근데 애들한테 어떻게 잘 말하고 어떻게 잘 해야 하는지가 정말, 어휴. 응, 맞아, 엄마로서 할 일이 대체 뭐냐고, 이런 사회에서. 여자나 남자나 동등한 인간이니까, 여자를 물건 취급 하면 안되고, 그런 짓거리는 범죄고, 인간이 인간에게 할 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게, 그런 게 엄마로서 아이에게 할 일이지. 지금 수학문제 몇 개 더 풀고 영어단어 몇 개 더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 방에 멀쩡한 애들 많았다잖아. 어떤 애는 어릴 때부터 수재 소리 듣고 꿈이 외교관이고 지금 외고 다니는 학생 남자애도 있다잖아.


아, 그래? 뭘 어떻게 해야되냐구? 일단 책을 읽자, 정우엄마. 모르면 공부해서 알아가야지. 혹시 맨박스라고 들어봤어? 어, 그게 미국에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운동 하고 교육 하고 다니는 흑인 아저씨가 쓴 책인데, 완전 강추. 일단 우리가 읽으면서 나 자신도 돌아보고, 이 사회의 남자들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애들한테 어떻게 해야 될지 같이 생각해보자. 응, 그래그래, 애들 잘 재우고. 또 연락할게~! 아, 그 국민일보 기사? 응 시리즈 전부다 링크 보내줄게~!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1. 텔레그램에 강간노예들이 있다.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2. "신검받는 중 ㅋ" 자기 덫에 걸린 놈.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3. '약한' 남성일수록 성착취에 집착한다.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4. "우린 포르노 아니다" 함께 싸우는 여성들




* 이 매거진은 텔레그램 n번방 사태에 공분하는 한 엄마 페미니스트가 다른 엄마와 전화통화하는 형식으로 써봤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엄마로써 이 사태에 직면하고 헤쳐나가는 일일지 사실 저도 헷갈립니다. 그래서 가상의 인물 정우엄마와 함께 책을 읽으며 차근차근 생각해나가는 형식으로 쓰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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