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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22. 2020

n번방 청원이 200만명 넘었대!

이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건가

응, 정우엄마! 하하, 그러게, 오늘도 하루가 갔네. 음 오늘 뭐 먹었더라. 아, 우리 아까 점심에 중국집에 시켜먹었어. 온라인 예배 끝났는데 그 때부터 밥을 하자니 너무 오래 걸리고 배고파서. 어우 근데 지난번 언제는 진짜 빨리 오더니, 오늘은 다들 집에서 시켜먹는 사람들이 늘었나봐. 너무 안와서 전화해서 확인을 한 번 했다니까.  


아참, 어제 내가 공유한 그 청원 말야. n번방 박산지 뭔지 신상공개 해달라는 거. 그게 벌써 200만명이 넘게 청원했대! 응, 200만명! 이 정부 들어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생긴 이래 최고의 숫자래! 그나마 이 사건에 공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이 와중에 다행이라 해야 하나. 아, 그리고, 국민청원 홈페이지 가보니까, 관련된 청원이 여러 개 생겼어! 응, 운영자 신상공개랑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 청원 있었잖아. 그거 말고도 n번방 박사랑 회원들 모두 최고수준 형벌 내려달라는 청원이랑, 그거랑 비슷한데 명단공개랑 강력한 처벌 요청하는 거랑. 응, 비슷하긴 한데 사람들이 어쨌든 이 사태에 공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좋긴 하네. 


응, 그치. 나도 사실 심장이 막 벌렁거려. 기사들을 계속 읽으면 막 가슴이 답답하고, 심호흡을 해야 한다니까. 정우엄마도 그렇구나. 그래, 인간이면 당연한 반응 아니야? 근데 이게, 이게 범죄라고 생각도 안하고 그걸 즐긴 놈들이 도대체 뭐냐 말야. 응, 싸이코? 어 물론, 정상이 아니라는 의미에서는 싸이코지. 근데 그게 말야, 정말 정신이 이상한 정신병자들만 거기에 있었던 게 아니잖아. 너무나 평범한 우리 주변 남자애들이란 말이지. 그게 있잖아, 이 사회가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성차별 사회여서 그래. 성차별주의가 원인인 거야. 그게 일상생활 속에서 아주 미묘하게 작용하다가 점점 확장돼서 이렇게 된 거 같애.


아, 책이 벌써 왔어? 어머 배송 빠르구나. 그래 서점이 그 전에도 배송 빠르기는 했지, 여전히 그렇구나. 좀 읽어봤어? 응, 난 예전에 사서 읽어보고 지금 세번째 읽나봐. 잠깐만, 책이, 여깄다. 어? 정우엄마도 밑줄쳐놨다구? 하하 우리가 벌써 통했네. 맞아, 17쪽에,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성차별 사회야말로 가정 폭력, 성폭력 그리고 모든 여성에 대한 폭력과 학대의 근원이었다." 


응, 맞아, 일상의 성차별주의가 뭐 대단한 게 아니라니까. 그 책에도 나오잖아. 남자애들한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고, 분노 이외의 감정 표현은 나약함이라고 가르치는 거. 그거 자체가 성차별주의고 지금 이 n번방 사태의 아주 근본적인 원인인 거야. 


내가 예전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슨 워터파크에 간 적이 있었어. 응, 남편 애들이랑 다. 근데 거기서 정확하게 이 얘기에 해당하는 걸 봤는데, 어떤 아빠가, 아주 쪼끄만 남자 애기를 들고 풀에서 노는거야. 애기는 뭐 돌이나 지났을까, 두 돌 안 되 보이게 하튼간 쪼끄매서 그냥 이렇게 딱 들어서, 물 위에서 “슝~ 우와~!” 막 이런 소리를 내면서 그 아빠가 애를 수면 위에서 들고 노는거야. 물에 잠길까말까하게. 물에 몸을 좀 담궜다 뺐다 했던가. 암튼 근데 그 애기 표정이 있잖아, 정말 무서운데 무섭다고 말은 못 하겠는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인거야. 그 풀이 물론 수심이 얕긴 했지만, 그 쪼끄만 애기가 빠져서 아무 도움 못 받으면 바로 익사하지. 근데 그 아빠가 그러고 있는게 딱 이 맨박스인거야. 마치, 넌 남자니까 아무리 어려도 이런 물 따위 무서워하면 안 돼, 이건 재밌는 거야, 넌 남자니까 재밌어해야 돼, 하면서 무서워하는 애를 들고 난리치는 게. 어, 맞아, 이런 사소한 작은 일이 시작인 거지. 응, 21쪽에도 나오네. “남성으로서 감정을 공유하거나 내보이는 건 나약함의 증거라고 배웠다”잖아. 


어, 이게 n번방이랑 뭔 상관이냐고? 음 차츰 읽어가다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오늘처럼 쪼끔씩 생각하면서 읽자. 아, 토니 포터 아저씨? 응, 내가 테드 영상 하나 공유해줄게. 나 그 영상 보고 나서 이 책 산 거거든. 그래, 애들 얼른 재우고. 정우엄마도 잘 쉬어.


토니 포터. 남자들에게 고함. (2010)




* 남자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혹은 주변에서 보면서, 위와 같은 사례를 알고 계신 분들은 저에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자아이들에게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것을 양육자 자신도 모르게 가르치는 경우, 혹은 본인이 남자로써 감정 표현을 억누르도록 배워온 사례 등. 제가 저 위에 쓴 워터파크 사례와 같은 것들이면 됩니다. 이 매거진 글을 쓸 때 사례로 참고하고 싶습니다. happylearner@gmail.com 혹은 댓글로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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