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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이야기 Mar 11. 202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최민식, 김동휘, 조윤서, 박병은, 박해준, 대선, 투표, 방송, 공권력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수학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천재 수학자지만, 제대로 쓰임 받지 못한 주인공 이 학성(최 민 식 배우)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한반도에서 수학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였다.

즉 이 학성(최 민식)은 수학! 그 자체였다.

수학이 된 이학성은 몸의 통증으로 다가왔다.

통증이란 몸이 나에게 보내는 이상신호로서 

몸속 장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과 같다. 잘못된 식 습관, 생활 습관을 통해 몸에 병이

찾아올 때. 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향성분이 부족할 때 몸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 말을 걸어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수학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영화는 고등학교 수학 수업으로 시작을 한다. 고등학교 3년 과정 전체를 고1 때 다 소화시켜버리는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이다. 특목고를 연상시키는 학교라 할 수 있겠다.

이 학교에서 수학 수업은 당연히 성적 상승만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인 고등학생 한지우(이 동 휘 배우)는 이 학교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수포자다.(수학 포기 자) 당연히 성적이 좋지 않다. 더구나 돈이 없어, 다른 학생들처럼 비싼 과외를 받을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래서 수학교사이자 담임선생인 김 근호(박병은)는 주인공 한 지우에게 전학 갈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반드시 이 학교에서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어서 졸업을 목표로 한다. 때문에 어떡하든 수학 점수를 끌어올려야만 할 처지이다.


사실 주인공이 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성적이 좋거나,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즉 제도적인 측면 때문에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배정해야 하는 사정으로 입교한 학생이다. 한편 이 학교에는 또 다른 주인공이 존재한다. 바로 이 학교 경비 아저씨 이 학성이다. 그는 북에서 넘어온 탈북민이며, 남한에 정착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살아가는 중이다. 사실 그는 북한에서는 천재적인 수학자였으며, 학문에 자유를 위해 남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는 전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증명하려고 했으나 모두가 실패한 수학의 '리만 가설'의 권위자이며, 세계 최초로 리만 가설 증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때문에 학문연구를 위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누구의 방해나 관심을 경계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가 수학의 실력자임을 알아버린 주인공 한 지우가 찾아와, 학성의 삶의 리듬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수학자인 주인공 이 학성이, 또 다른 주인공 수학 포기 자 한지우 에게 알려주는

수학 공부에 대한 목적은 명백하다. 수학 그 자체이다. 때문에 이 학성은 한 자우에게

성적이나 점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해둔다. 수학에 대한 접근 방식도 전혀 다르다. 문제를 제시한 출제자의 의도가 아니라, 수학 문제 그 자체에 집중하게 가르친다. 그래야 문제 자체의 오류까지 파악할 수 있고, 올바른 문제에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사람을 수단이나 목적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대하고 접근할 때 온전한 관계 맺기 가능한 것 처럼 수학 그 자체와 관계 맺기를 알려준다.

그래야만 수학을 제대로 알게 되면, 가설을 증명할 수가 있는 것이다.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숫자에 관심을 갖고 풀어가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깨닫게 된다.

소수점 아래 숫자에도 리듬이 있다는 사실을! 원주율 소수점 아래 숫자를 계이름을 붙이면

그대로 악보가 되며, 피아노로 연주하면 음악이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결국 수학은 실패해도 끝까지 도전할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학성은 말해준다. 실제로 그걸 깨닫고, 훈련한 학생 한지우는 이후 수학 수업시간에 문제 자체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한 지우에 의견은 튀어나온 못처럼 취급되어 단호하게 진압된다.


진압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수학교사이다. 담임이자 수학교사인 김 근호(박병은)는

철저하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수학 수업에 이유라고 가르치는 교사이다. 그는 자신의 친구와 서로 짜고 비밀과외 방을 만들어 수학 문제 빼돌릴 만큼, 수학을 성적 향상의 수단으로 가르치는 선생이기도 하다. 결국 성적이 대학교를 결정하고, 인생을 결정하는 사회의 수학선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비밀과외 방은 발각되고, 함께 모의한 수학선생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사배자 인 주인공 한 지우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워 오히려 그를 꾸짖으며, 다시 전학을 종용하기까지 한다.


과부하가 일어난 사회는 다시 초기화를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와 수식 자체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오류를 발견하고, 지적해주기 위해 다시 수학자 이 학성이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신분을 밝혀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 앞에 고백한다. 수학을 무기 만드는 데만 이용하는 북한이 싫어, 남한으로 넘어왔더니 남한은 성적 올리는 데만 수학을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학교 선생이 문제를 빼돌리고, 학생에게 뒤집어씌우는 곳이 학교가 맞느냐고! 과부하가 걸린 이상한 나라를 일갈한다.


수학이 수학을 악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고 아파한다. 북에서 넘어온 세계적인 수학자 이 학성이 수학 자체가 되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제발 수학을 이상하게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영화는 남한 북한 모두 수학자를 이상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임을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우리 교육은 수학을 가장 망치는 방식으로 교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어도 마찬가지다. 시에서 정확한 정답과, 틀린 오답을 요구한다. 영어, 과학도 마찬가지다. 이런 교육은 단순히 해당 과목만 망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가치관 자체까지 망치고 있다. 점점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는 굳어가고,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문제 자체의 오류를 들여다볼 생각까지 미치지 못한다. 그저 출제자의 의도 파악에만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래서 학문은 수단이 되고, 인간을 실종이 된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번 대선이 생각났다. 자신들이 빼돌린 막대한 범죄를, 상대에게

뒤집어 씌워 선거기간 내내 올가미를 뒤집어씌운 장면이 떠올랐다. 증명된 사실은 음로론으로 취급되어 떠도는 가설로 만들었고, 황당한 가설은 증명된 것처럼 확대 재생산됐다. 선거가 끝남으로써 증명되지 못한 가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스스로 사고하는 시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나리오, 연기력, 연출, 구성, 완성도 어느 하나 빠짐없이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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