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때와 내려갈때가 달라?
당신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 놓였습니다.
만 원짜리 주식 A를 한 주 동안 보유한다고 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는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같은 확률로 10%를 얻거나, 10%를 잃거나.
10 - 10 = 0 이니까 아마도 저런 투자를 계속 반복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아마도 본전일 겁니다. 같은 확률로 같은 비율을 얻고 잃음을 반복하니까요. 처음엔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다릅니다. 그 이유를 백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체험하는 게 낫겠죠? 아래 링크에서 체험하세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투자를 반복할수록, 나의 잔고는 줄어듭니다. 투자의 횟수가 증가할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돈을 잃어 갑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대체 왜!
이는 복리, 즉 특정 비율로 증감할 때 생기는 착시현상 때문입니다. 이를 쉽게 풀어서 쓰면 이렇습니다. 가격이 올라가는 건 낮은 가격에서 시작하지만 가격이 내려가는 건 높은 가격에서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같은 비율이라도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그 크기는 달라지게 됩니다.
다소 수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위에서 했던 것을 수식으로 구성해 보도록 합시다. 혹시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웠던 켤레 공식을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한 번쯤은 외웠던 바로 그 공식.
위에서 R은 등락할 때 비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첫 번째에 든 예시는 10%니까 이 경우 R은 0.1이 됩니다. 주식이 10%가 올랐을 때 우리는 원래 주식 가격에 1 + 0.1를 곱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10%가 내렸을 때는 주식 가격에 1 - 0.1를 곱하죠. 그럼 저 위의 수식은 같은 비율 R로 각각 한 번씩 오르내린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오른쪽 결과를 보면 1에 R제곱을 뺍니다. 제곱의 특징! 실수의 제곱은 음수가 될 수 없으니까 결국 등호 오른쪽은 항상 1보다 작다는 의미입니다. 이걸 우린 이렇게 해석할 수 있어요.
같은 비율로 오르고 내린다면 반드시 원래 숫자보다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다음과 같은 내기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어이 자네! 우리 내기를 하자구. 일단 자네 돈 만원을 여기 올려 놓으라구. 그리고 이 동전을 던져서 당신이 이기면 이 돈을 30% 뿔려주겠네! 만약에 잃으면 이 돈의 30%를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어때 공정한 내기 아닌가?
저 같으면 저놈 엉덩이를 발로 차 버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요 "어디서 약을 팔어?"
하지만 이런 내기를 하는 자는 실제로 주식시장에 떳떳하게 존재합니다. 바로 주식의 상하한가 제도입니다. 국내 주식의 가격은 주식시장의 시작과 함께해온 상하한가 제도로 인해서 어제 종가의 30%와 -30%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주식을 매수해서 상한가 한 번과 하한가 한 번을 맞았을 경우 상식적으로는 본전이 되어야 할 것만 같지만 실제 나의 계좌의 수익률은 -9%가 되게 됩니다.
만약 주식시장의 관리자가 매수/매도의 특정한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면 상한가와 하한가는 수리적으로 동일한 크기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하한가 제도는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상하한가를 정한 사람이 우리가 알고 있는 복리의 법칙을 안다면 하한가는 -30%가 아닌 -23%로 정했을 거예요.
물론 지금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고, 이슈화가 안돼서 민감한 문제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또한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점, 그리고 해외 사례도 상한가의 크기가 같다는 사실이 이런 수학적인 불공정을 묵인될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주식은 주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따른 다양한 파생상품이 존재하고 이런 통계적인 불균형은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주식투자의 장기적인 성패란 결국 본인이 맞닥뜨린 확률게임의 기댓값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엔 우연처럼 보이는 확률적 불균형도 오랜 시간을 두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