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몇천 번쯤 되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람의 원인을 찾다 보면 무의식이 자꾸만 나의 모자란 점을 들춰낸다.
그렇게 도마 위에 얹혀 나의 단점들이 마구 난도질당한 후에야 정신을 차린다.
그 끔찍한 감정 속을 파고드는 작은 이성의 목소리.
니 탓이 아니잖아.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고 이성을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낭떠러지 끝에서 간신히 뒤돌아 세우는 진실.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잖아.
나는 그렇게 끊임없이 나 자신을 돌아 세워야 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한다.
자꾸만 원인이 나인 것만 같아 괴롭다.
아무 힘없이 그냥 내버려 두면 의식은 늘 나쁜 쪽으로 흐른다.
내가 힘을 내서 바꾸지 않으면 계속해서 나를 공격한다.
성질도 냈다가 화도 냈다가 슬프기도 하다가.
오만 감정을 다 느낀다.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다채롭다는 것을 이런 일을 통해 느끼다니 참 웃긴다.
몇 초에도 수십 번 변하는 감정을 불러 세워놓고 하나하나 가만히 바라보자면, 나 자신이 안쓰럽고 가엽다.
이런 곳에 우두커니 나를 세워놓는 건 학대다.
한 달에 한 번쯤 나는 지옥에 갔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