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저 일기 Jun 22. 2024

끝끝내 이별

부던히 노력했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관계가 언젠가 끝난다는것을. 그래서 마음 한켠이 늘 편치않았고, 행복한 와중에도 불행했다. 나는 계속해서 이별을 대비했다. 그건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순리 같은 거였다. 나는 그럴수밖에 없었다. 그 방법 말곤 없었다. 어린 아이가 뭔가 불편하면 울어대는 것처럼.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같이일때도 끊임없이 혼자가 될 나를 준비시켰다. 준비없이 혼자가 되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이 짓이 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 대한 학대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멈출수 없었다. 그와의 관계도 이별을 위한 준비도 그 어떤 것도 멈출수 없었다. 나는 그를 정말 사랑했던 것 같다. 그가 나쁜 사람인걸 알면서도 나를 다독이며 계속 그렇게 지낸 것은, 행복이라고 치부된 불행이었다. 

 그리고 나의 불안과 걱정이 현실이 되었을 때, 정말 이제 끝났구나 직감으로 알았다. 그렇지만 또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이 나를 다독이고 변명하고 이해하자고 설득할때는 정말 나 자신을 잃은 것 같았다. 이러다 정말 나를 망가뜨릴것 같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뒤집고 싶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다. 그치만 그의 마지막 행동이 나와 그의 모든 노력을 끝냈다. 결국 변하지 않았구나. 끝난 걸 알았지만 끝내자는 말을 차마 못했다. 나는 그 앞에서는 도저히 끝내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정말 질긴 악연이고 나에게는 재앙이다. 차라리 그의 입에서 이별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편을 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게, 라고 말하는것 뿐이었고, 나는 속으로 제발 헤어지자고 말해 라고 되뇌였으나, 다시 잘해보자고 말해라고 무의식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제발 이 인연을 끝내줘. 내가 어쩌지 못하게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줘.

  이별을 듣고도 나는 단념하지 못했다. 나와 그는 나란히 누워있었다. 이별을 해도 당장 떠나지 못한다. 자고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나를 흘깃 쳐다봤다. 나는 평소처럼 나를 왜 그렇게봐? 하고 애교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 조그만 말에 희망을 걸었던 것 같다. 다시 예전처럼 아무 일 없는것처럼 돌아와주기를 기다렸던거같다. 하지만 그 희망마저도 무너졌다. 

  그는 떠났고, 나는 또다시 홀로 남겨졌다. 나는 혼자다. 이젠 헷갈린다.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싫어서 이렇게 몸부림 치는건지. 그와의 이별이 싫은건지. 나에게 이별은 늘 너무 힘들고, 별안간 다시 그를 붙잡고 당장의 편안함을 취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그는 떠났다. 내가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싫었다. 차라리 나를 이 집에서 꺼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나를 구해낼것이다. 나는 나를 꼭 이 구렁텅이에서 구할것이다.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해서 도저히 이런곳에 나를 둘수가 없다.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나 자신또한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그만둬야한다. 내 자신을 지켜야한다. 지켜야만 한다. 힘든 시간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겠다. 4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길었다. 그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언제까지 노력해야할지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