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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B Jul 10. 2022

내가 글쓰기가 두려웠던 3가지 이유

지금도 발행 버튼 누를까 말까 수백 번 고민 중

    브런치에 글을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이런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얼마 동안 글을 쓰지 않았는지 정확한 날짜 계산은 물론, 마지막 귀여운 이모티콘까지 말이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180일이 지났어요 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 ꈍᴗꈍ



    심지어 며칠이 더해져 200일 동안 글을 쓰지 않은 브런치 작가가 된 지금. 나는 글을 쓰기가 너무나 두려웠다. 가끔은 나만의 생각들과 새로운 단어들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했다. 그냥 놓쳐버리고 싶지 않아 나에게 보내는 카톡에 저장을 해놨다. 하지만 그 글감들은 아직 그대로 그 자리에 있기만 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글쓰기를 나는 왜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1. 책을 출간했지만 나는 몇 부가 팔렸는지 모른다. 지인들은 첫 책을 몇 쇄씩 찍던데. 

   

    나의 진짜 꿈은 작가였다. 정말 진지하게 작가가 되어 먹고살고 싶었다. 학창 시절 백일장이나 논술 대회에서 학원에 가지 않고 상을 받은 학생은 내가 유일했다. (나는 학구열이 넘쳐나기로 유명한 목동에서 학교를 나왔다.) 아무런 존재감 없고 조용했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뿐이었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게 좋았다. 상을 받으며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신화 오빠들을 볼 수 있는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결국 지원조차 해보지 못했다. 

    

    자기 계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쓰는 게 목표가 된 요즘. 책 쓰기 강좌들은 너무나도 많고, 몇 백만 원을 주면 출간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전자책 시장도 커져서, 전자책 한 권으로 누구나 몇 백만 원을 벌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라는 타이틀이 예전보다는 조금 더 많아졌다. 내 주변에 책을 출간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나는 코로나가 너무나도 심했던 2020년 여름, 책을 출간했다. 코로나가 막 터졌던 때라, 출간회를 겨우 하고 홍보도 제대로 못했다. 계약금 아주 조금을 받았고, 재출간을 하지 못해 인세를 못 받았다. 책이 많이 팔리든 말든 책을 쓰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마지막 출간까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겨버려서 1년 동안 고생했다. 나는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의 출판사에게 닿아 수많은 메일을 보내지 않고 한 번에 계약을 했던 케이스였다. 하지만 나는 나의 책을 부끄러워하는 작가가 되었다. 내가 아는 지인들은 첫 책을 몇 십쇄씩 찍고, 해외 판권 계약도 한다는데. 나는 네이버에서 베스트셀러 딱지도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 제대로 된 리뷰도 하나 없는 책을 가진 작가가 되었다. 너무 창피했다. 종각 스타벅스에서 매일 아침 고생하면서 썼던 책. 내 맘에 들지 않았던 책 표지와 색깔을 출판사의 의견을 따라야만 했던 책. 내 책을 사준 사람과 안 사준 사람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해야 했던 책. 나의 책. 


사실 생각해보면 아주 유명한 작가들도 첫 책부터 성공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요즘같이 출판 시장이 더욱 힘든 요즘에는 말이다. 그렇지만 주변에 베스트셀러 딱지를 달고 있는 작가들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점점 작아졌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는 글쓰기를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되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았다. 내 책을 언급하는 게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이 세상에 절대 없는, 국제교류에 관한 나만의 시선이 잔뜩 담긴 괜찮은 글이었는데도 말이다. 




2. 아침형 인간이 되어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의식이 생겼나 보다. 나도 모르게.


'세계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 시간을 활용한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는데 일찍 일어나 출근하기 전 시간들을 활용해 성공했다. ' 이런 이야기들을 요즘에 너무 많이 듣는다. 나는 7시간을 채워야 건강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나보다 늦게 일어나는 프리랜서 남편이 내 옆에서 자고 있기에 알람 소리를 설정해두지도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더욱 글에 집중할 수 있는 건 맞다. 계획적인 걸 너무나도 싫어하는 내가 매일 아침 1시간 동안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부터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하기가 너무나 싫어졌다. 나는 지극히 FP적인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임을 만들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모닝 페이지를 함께 공유한다는데. 또 다른 사람과의 비교의식과,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의식이 생겨 쉽게 글을 쓰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시간은 일요일 오후 5시. 평소 같으면 이때 글을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용기 내서 브런치에 글을 적어가는 이 순간. 약간의 백색소음이 있고, 유튜브에서 골라준 Jazz 음악을 들으며, 큰 창 너머로 나무들과 빌딩들의 조화로움을 바라보는 이 순간. 너무 좋다. 왜 나는 꼭 아침에만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싶다. 나는 내가 글을 쓰고 싶을 때 쓰면 된다. 굳이 다른 사람들처럼 새벽같이 일어나 글을 쓰는 의식을 해야지만 내 글이 좋은 건 절대 아니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을 때, 그때 하는 게 정답이었다. 그래야만 글쓰기에서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3. 나를 평가하면 어쩌지, 댓글이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지.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 의식하기.


브런치는 물론이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SNS에는 글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길던 짧던 어쨌든 무언가를 남겨야만 하는 요즘이다. 그 짧은 글을 보고 우리는 그 사람을 조금 더 알아간다. 조금 더 마음이 쓰인다면 댓글을 쓰는 굳이 귀찮은 일까지 한다. 하트만 간단히 누르는 게 아니라.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분명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 훨씬 많을 텐데. 내 생각과 내 의견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가 싫어졌다. 아직 진짜로는 겪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글은 정말이지 그냥 쓰면 된다. 길이도 상관없고, 어떤 주제를 쓰든 절대 상관없다. 괜히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글을 쓰지 않고, 지금 내 생각과 감정에 충실해지자. 그냥 한 번 써보자.


진짜 작가는 본인이 작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본인을 작가로 브랜딩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의 형편없는 책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스스로 작가라고 부른다. 스타벅스 닉네임에 굳이 '작가님'을 붙인다거나, 결혼식 축의금 봉투에도 본인이 작가라는 걸 알린다. 모두 실제로 내 주변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그렇지만 진짜로 글이 살아있는 좋은 작가들은 그냥 주위에서 안다.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작가라고 불러주고, 그게 너무 당연해진다. 


나도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 책을 쓰는 일은 그 결과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어쨌든 좋은 일이다. 글을 쓰면서 많이 울기도 했고, 뭔가 치유도 되었다. 나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두 번째 책을 쓸 수 있을까. 쓰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브런치에 나만의 것들을 많이 공유해야지. 글쓰기를 강요하는 시대에 글쓰기를 해야 해서 두려웠던 사람들에게, 작은 공감 하나만 전해줘도 이 글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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