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회사생활이란,
로티 찬나이와 떼타릭으로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로티 찬나이는 바나나가 들어가거나 카약 잼이 들어간 걸 제일 좋아한다.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모스크에서의 기도 소리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콘도에 있는 수영장에는 매일 가기를 다짐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겨우 갈까 말까 하고 있다. 쿠알라룸프르 트윈타워가 보이는 야경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하루에 4끼에서 6끼를 먹는 게 일상이라는 말레이시아인들처럼, 간단한 식사를 끊임없이 한다. 면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에게 다양한 누들 옵션이 있다는 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다. 히잡을 쓰고 있는 사람들만이 말레이시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기에는 사실 말레이시아-차이니즈 사람들이 많고, 인도계 말레이 사람들도 참 많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같은 민족이어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게 나에겐 사실 더 도움이 된다. 이렇게 말레이시아만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얼마 후면 말레이시아 4개월 차가 된다. 말라카, 페낭, 랑카위 같은 말레이시아 내에서의 여행을 했고, 태국 푸켓에도 다녀왔다. 내 인생에 처음으로 동남아 나라들이 채워졌다. 내가 해외 취업을 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남아에서, 여행지로 손꼽아 본 적도 없는 말레이시아에서 말이다. 제대로 된 경력도 하나 없었고, 남들이 보기엔 실패 연속인 일들만 가득했던 나였다. 아무런 기대감 없이 힘을 빼고 그냥 올려봤던 나의 영문이력서는 나를 쿠알라룸프르로 안내해줬다.
말레이시아에는 BPO회사들이 많아 실력 있는 한국인들을 많이 필요로 한다. 일단 한국인 원어민이기만 하면 엄청난 가산점이 주어진다. 말레이시아의 값싼 노동력과 값싼 생활비에 비하면, 한국인들의 월급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한 번 동남아 생활비와 물가에 빠지면,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지지가 않아진다. 서울에서는 작은 식당에 가면 몇 백 원 차이 나는지까지 꼼꼼히 계산해야만 했던 나는, 이제 가격을 보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가격이 쌀 게 뻔하니까. 외국인 노동자로 일을 하지만, 한국 팀이 있는 국제적인 회사에서 일을 하기에, 한국에서 일하는 것처럼 또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일을 한다. 같은 동료들은 모두가 고국이 아닌 해외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는지라, 더욱 친밀해진다. 한국에서의 강도 높은 일 문화가 전혀 없기에, 더욱 프리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다. 다들 본인만의 사연이 있는 것도 너무 재밌다. 엄청나게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도 있고, 국가대표 운동선수였던 사람도 있다. 유럽에서, 호주에서, 미국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동남아의 매력에 빠져서 말레이시아에 왔다가 정착해버린 사람도 많다. 가장 나이가 어린 99년생부터 가장 나이가 많은 65년생까지 모두 한 팀이 되어 나이에 상관없이 일을 하는 것도 좋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말레이시아 문화를, 국제적인 회사의 한국 팀에서 제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냥 해보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만 일하기에는 지금 내 청춘이 아까워져서, 모두가 의아해하던 말레이시아 취업을 해냈다. 나는 이 매력 넘치는 나라에서, 한국인으로서 일하면서, 이들의 문화와 언어를 배운다. 가끔은 말레이시아 차이니즈 현지인 아니냐는 얘기도 듣기도 하지만. 아니 가끔이 아니라 진짜 많이. 콘텐츠를 많이 보는 일을 하면서, 나는 나만의 콘텐츠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현실에 치여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보여도, 일단 그냥 해보면 되는 거였다. 그게 전부였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쿠알라룸푸르로 이끌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문화 속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더욱 성장한다. 다양성에 대해서 배우고, 모든 사람을 더욱 존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더 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그냥 해보기. 이게 전부였다. 겁먹지 말고, 쫄지 말고, 어찌 되든 일단 도전해보기! 그렇다면 나와 마음이 맞는 어느 나라가, 어느 도시가 나를 부르지 않을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냥 해보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