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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지 Jun 21. 2017

2-1. 취미가 습관

비시즌의 취미


1.

2015년 서핑 시즌이 끝나고

예전처럼 주말을 보내기가 어색했다.


수상스키 '투원*'까지 배워 마무리하고도 허전해서

스케이트보드를 배우러 가보기도 했다.


주말마다 나가는 게

지칠 법도 한데

그러질 않았다.


나는 내가 서핑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에너지가 나오는 거라 생각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서핑을 통해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었다.


30여 년 만에 만나게 된 새로운 내 모습.

활동을 통해서 에너지를 쓰고 동시에 충전하는,

이 모습에 익숙해 지기로 했다.


*투원two-one: 처음에는 수상스키 플레이트를 양발에 하나씩 신고 두 발로 탄다(투스키two ski). 이게 익숙해지면 주행 중 한쪽 플레이트를 벗고 남은 플레이트 하나만 신은채 한 발로 주행을 하는 게 다음 단계다. 이 과정이 '투원'. 이다음 단계는 한 발로타는 '원스키one ski'이다.


얼어붙은 북한강/ 2016년 2월, 가평/ 출처: 김은지



2.

서핑이 전부가 아닌 게 되자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재미없던 운동들에 재미를 붙었다.

남는 시간엔

꽃꽂이, 베이킹, 독서 같은 취미들에 벗어나

수상스키, 서핑을 비롯한 스키, 스케이트보드 같은 운동들에

시간을 할애했다.


올해 다시 시작한 운동들은

새로울 것 없는 취미들이었다.

나에 대해 발견하고 나서야

재밌어진 취미들이었다.


취미생활은 해볼만큼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주말은 짧고, 취미는 많았다.


어쩌면 서핑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 취미는 특별한 게 아니었다.
취미는 습관이었다.



3.

취미생활을 기분따라 바꾸다 보니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할 일도 종종 생겼다.


나는 생각보다 무기력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보다도 더 운동을 좋아했고

특히 운전을 좋아했다.

물에 처박힐지언정 땅바닥에 처박히는 건 싫어해서

스케이트보드는 결국 몇 번 타지 않았다.

그리고 가는 길에 좋은 풍경은 꼭 즐겨야 했고

시간이 모자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했다.



용평리조트스키장/ 2016년 3월/ 출처: 김은지


4.

마치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스키를 타고

드라이브도 가고

꽃놀이도 갔다.


눈이, 꽃이 다 질 때까지.


눈이, 꽃이 다 지고 나서

서핑 시즌이 돌아왔다.


봄 서핑이 시작되었다.

나는 인생 첫 번째 봄 서핑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강릉호 벚꽃/ 2016년 4월/ 출처: 김은지




다음 글, 2017년 6월 28일(수)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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