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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튜 Jun 30. 2020

AI, 머신러닝, 수학, 개발, 모두다 좋아하는 나에게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라는 책을 읽고하는 개발자의 커리어 고찰

지난주, 유라임(필자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을 일차 마무리하고 나서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웹 프로그램이 나오자 희열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이 너무나도 편했다. 벌써 수개월을 프로그래밍에 공을 들였었다. 마음이 어째 이리도 편해졌을까.. 수 년간 질질 끌던 개발을 끝내서 그랬을까. 살짝 눈물이 돌기까지도 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 보였다. 그간 공부에 시간을 꽤 들여서 대학원까지 붙어놓은 상황이었지만, 특히나 건강과 개발에 대해서는 간간히 공부하는 것은 있었지만 방향성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잠시 쉬는 시간을 좀 내서 개발서적과 건강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본 마소(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가 2017년이라니.. 자동화에 대한 이번판은 역시나, 자동화에 대한 스스로의 관심과 어느정도 지적인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충분했었다. 어린시절에는 아버지가 가져다 주시는 전자신문이 그렇게 즐거웠고, 마소, PC 사랑과 같은 잡지가 내 보물 1위였는데 요즘엔 뭐가 그리 바쁘다고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정보수집을 소홀하게 했는지 모르겠더라.



마소를 다 보고나서 문득 17년에 리디북스에서 구입목록을 기웃거리다가 권용진 작가(대표)의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라는 책을 보았다. 아 이것도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산 책이지. 이젠 읽어볼까? 하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 정말 오랜만의 몰입의 경지를 체험했다. 완독이 쉽지는 않았지만, 두번 정도 쉬면서 12시간 만에 완독을 했다. 이는 정말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퀀트라는 것의 역사, 즉 수학적인 부분과 물리학 등의 학문이 포스트워(post-war)에 미국내에서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이를 카지노나 룰렛 같은 도박에서부터 어떻게 금융권까지 오게 되었는지 간단히 말해 작가의 정말 심도있는 관찰력 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한 이해, 거기에 글을 서술하는 능력까지, 몇 가지의 조화가 마치 잘 정돈된 소설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본인이 좋아한 것도 있었겠지만 꽤 오랬동안 리서치를 했겠구나 싶더라.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루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물론 출판후 2년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 '미래'부분은 살짝 진부했지만, 뛰어난 앞부분의 전개로 인사이트를 가져가기에는 충분했다고 본다.


퀀트라는 분야가 사뭇 신기하기도 했지만, 특히나 간접적으로 체험한 월스트리트라는 곳은 어쩌면 내가 경험한 미국이라는 사회랑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사람 손쉽게 자르고 구조조정이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이곳에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폐인되기는 너무 쉽고, 한국처럼 고용안정이란 것도 없으니 오로지 스스로가 가진 무기(=실력)로만 승부해야 한다. 내가 필요하면 회사가 쓰고, 내가 돈벌어다주면 회사가 돈주고, 그게 불합리하다면 내가 회사 차리면 되고, 긴장감없이 살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물론 한국 들어가서 대기업이나 적당한 회사 다니거나 공무원 되는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리고 그게 아직까지는 쉽게 사는 보편적 기준이긴 하겠지만) 요즘 보이는 한국의 사회도 점차 충성심 강한 직원이 똘똘 뭉쳐서 성공하는 사회 내지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어벤저스같은 사회가 되어감을 느꼈다. 그런 어벤저스가 부의 상단을 축적하는 구조, 그게 내가 경험한 미국의 구조인 것이다. 물론 운이나 정치적인 다양한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책은 내가 퀀트라는 세상을 처음 접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생각하던 어쩌면 많은 개발과 커리어에 있어서의 의문이 명료하게 해결된 책이기도 하다. 미국서 주식을 간간히 하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은 가졌지만, 그리고 돈의 흐름에 대해 이해는 했지만 바쁜 일상속에 방대한 역사와 경제에 대해서 깊게 공부할 시간은 없었다. 퀀트가 난 그냥 AI가 거래한다.. 정도로만 이해했고, 친분이 있는 형님이 로보어드바이저 회사에 계셔서 얼추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잘 몰랐다.그런데 비교적 최근인 5년간의 나를 살펴보면, 수학에 대한 흥미가 있어서 수학스터디를 3년째 참석중이고, 초등학교부터 이어진 C,C++,C#,자바,펄,PHP등등 프로그래밍에 대한 나름대로의 열정, 그리고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엔지니어 커리어에서 글로벌/대용량 제품을 만드는 것, 학부시절 가장 즐거웠던 과목은 답이 정해지지 않았던 AI였던 것, 최근의 경제에 대한 공부와, 유라임을 만들며 공부했던 데이터시각화, 멘토님을 따라하며 배우던 데이터과학머신러닝, 이 모든것들의 중심이 물론 "퀀트"그 자체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어떤 튜링머신과 알고리즘 (라이브러리라 해도 괜찮다.) 을 만드는 발판이 되었음을 이제야 직감했다.


이 책 한권으로 지금까지 내가 관심있고 공부하던 것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경험이었다. 수학부터 머신러닝, 알고리즘, 인공지능, 컴퓨터공학, 데이터과학, 그리고 개인적인 건강, 운동, 학업, 외국어능력, 음악, 미술 등. 어쩌면 너무 내가 준구난방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냥 최신 기술이고 하면 너무 쉽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느꼈다. 아, 결국 이것들이 어떤 내가 추구하는 그 세계를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유기체들을 섭렵하는 그런 하나의 것들이 아니었는가 라고 말이다.


말이 어렵지만, 결국 그거다. 데이터 과학과 알고리즘, 인공지능, 수학, 컴퓨터공학은 모두 이어져 있다. 지금 내가 유라임을 만드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 하나의 것을 끄집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머신을 설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글로벌 스케일의 그것을 위해서, 지금까지 십수년간 계속해서 공부하고, 설계하고, 구현해왔다. 그래서 최적화된 그것을 찾기도 했고, 그렇게 지금은 만족스러운 '인프라' 내지는 API서버 정도는 만들었지만 이제 ETL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그 흐름을 만들고, 이에 대한 지금보다 나은 시각화와, 데이터에 대한 ML, AI가 가능하려면 보다 더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한 셈이다. 유라임이 5년이 걸린 것은 물론 내 나태함때문도 있긴 하지만, 어쩌면 불가능한 것을 만드려고 했던 내 무모함도 한몫 했던 것이다.


이제야 뭔가를 알 것 같다. 나는 아이디어가 많다. 유라임 이외에도 만들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이를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어느정도 배워왔다. 유라임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통합하는 상당히 큰 시도였다. 그래서 지금도 사실 끝은 안보인다. 허나, 여기서 파생되는 나만의 인프라와 알고리즘을 가지고 다른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핵심 기능들을 나의 주력 무기로 사용하고, 어느정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은 인계를 해줄 수 있는 그런것들 말이다. 


다시 퀀트로 돌아가면, 이는 개인적인 취미로 하려고 한다. 데이터 과학을 하면서도 느꼈는데, 솔직히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파이선 노트북은 원래 알던 코딩이랑은 많이 다르다. 난 그걸 깎아내리거나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main함수부터 OOP와 온갖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으로 뭉친 개발을 하는것보다 낫다고 본다. 다만, 어쩌면 이런 하나의 잘 설계된 모델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게 바로 백앤드인프라 능력이 아닐까. 난 그런 scalable/distributed한 data warehouse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을 앞으로의 커리어로 가지고 싶다.


어쩌면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시도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는 단계라는게 존재하고, 일을 할 때에는 선택과 집중이란게 필요하다. 이제 좀 알겠다. 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설계를 하고 싶다. 그 시스템을 더 깊고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 유라임 다음으로 이어질 커리어가 그럴 것 같다. 유라임은 앞으로 돌아갈 시스템이지만, 난 지금 현재 돌아가는 시스템에 참여해서 개발적 경험과, 특히 비즈니스적 경험을 쌓고싶다. 굳이 하나의 sector에 극한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전에 금융쪽에 있었으니 이번엔 헬스케어나 자동화가 좋지 않을까(라는 개인적 생각..) 책에서도 나왔지만 프로그래밍이란 자체가,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그런것들이 퀀트에선 직접적으로 돈과 연계가 되었다. 요즘의 IoT나 블록체인 세계도 마찬가지다. 최적화, 추상화가 이뤄져서 속도가 나노단위로 빨라져도 그게 경쟁에서 우위가 되는 것이다. 정말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알고리즘 최적화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그것이 아닐까.


재밌다. 정말 우연찮은 시간이 내게 유익한 기회를 준 것 같다. 역시나 답은 공부인가. 개발자가 되고 나서, 영어에 대한 벽을 조금 탈피하니 이세상에는 왜이리도 재밌는 것들이 많은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많아도 어느정도 중심을 잡고 가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개발자란 것이 결국, 스스로의 철학을 쌓아가는 것. 그걸 우연찮은 책 속에서 또 한번 느끼고 내 진로를 튜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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