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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튜 Mar 28. 2024

육아속에서의 글쓰기가 가져오는 도파민,

더는 쉽게 충족되지 않은 행복감과 글쓰기 그 사이.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글을 쓴다.) 사실 육아때문에 좀 정신없다 싶었는데, 육아를 하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많은 시간적 할애를 요하는 느낌이다. 결혼하고나서도 아이 없는 생활동안 어느정도는 잉여하게, 어느정도는 바쁘게 살아왔는데 그 중에 잉여한 시간을 대부분 없애야 하는, 즉 심심할 틈이 없는 삶을 보내게 된다.


20대나 30대 초중반에는 시간이 무한이 많았다고만 마냥 느꼈지만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본업을 하는 입장에서 육아가 하나 더 추가되었기 때문에 하루 8-10시간의 본업과, 유치원 등하원 및 저녁 가족타임, 주말에 온전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이외를 제한다면 남는 시간은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 될까, 이마저도 사실 아이가 일찍 취침해야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던 저녁에 시간을 조금 더 내던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으니, 아니 막상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보내고 싶을 때도 있으니.


육아의 행복감은, doomscrolling이 대처할 수 없는 것.


육아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글을 쓰지 못함이었다. 육아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였겠지만, 어쨌건 글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저 빠른 길만 생각했다. 유튜브, 릴스 등 나도 결국 머릿속의 도파민을 빠르게 충족하기 위해서 doomscrolling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나랑은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들이 알고리즘에 의해서 없던 욕구도 충족되게 만들었었다. 아무런 목적없이, 하물며 그냥 만화책이라도 보는게 낫다는 생각이 한두번 든 것이 아니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나면 글을 쓴다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맥주와 티비나 끄적이며 그 잠깐의 시간을 만끽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육아가 힘들어도 잠자리에 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함께 놀러갈 때에 해맑은 아이와의 즐거움을 대처해줄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순간’의 행복함이 모든 나의 삶에서의 힘듬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일년에 한번씩 한국에 가서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마저 아이가 가져오는 행복함을 대처할 수는 없었다. 어느 순간, 빠른 도파민 충족을 위한 것들에서 나는 지루함을 느꼈다. 그토록 좋아하던 막걸리를 통해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된것처럼 말이다.


조금의 시간이 마련되면, 취미부자인 나는 사실 다른 많은것들을 지속해서 도전해봤다. 본업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되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에 내 욕심 또한 커져만 간다. 꽤나 오래전의 유라임의 코드를 조금씩 꺼내보고, 취미삼아 하던 전자음악도 한두곡 만들어본다. 본업과 관계된 딥러닝과 수학도 조금씩 공부한다. 스타트업을 한다고 소홀이 했던 가정을 다시금 원점으로 만들기 위해서 투자했던 지난 3-4년의 시간에서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찾고 있다.


그냥 브런치에 글이 쓰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냥 글을 쓰고 싶었다. 그토록이나 복잡한 머릿속을 배울 수 있는 것은 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일기를 꾸준히 썼었지만 내겐 꽤나 오랬동안 방치해뒀던 브런치가 더없이나 소중히 느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도 있고 워드프레스 개인블로그도 있지만 그냥 이 공간으로 오고싶었다. 내가 만들어뒀던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서의 identity, 스타트업을 했을 때의 그 깊은 고찰들이 녹아있던 이 공간, 이곳에서 나는 글을 쓰면서 나를 고찰하고 싶었다.


정말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스타트업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그 열정들을, 나는 다시금 약간의 불확실성에 나를 던지면서 시험해보고 싶다 할까, 아니 그냥 그때의 느낌, 추억과 어쩌면 그것이 만들 수 있던 나의 일부분을 찾고싶었을까.. 어쩌면 오랜시간 유라임과, 나에 대한 소식을 그리워할 수도 있던 ‘나’라는 독자에게 기고를 하고싶어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글을 썼다. 두서없이, 그리고 내 글은 또 다시 두서없는, 나와의 대화가 될 것 같다. 그래도 그것은 내 만족임을 알기에, 내 머릿속의 흐름인걸 알기에, 육아를 하며 채울 수 있는 그런 만족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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