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 거제건강생활지원센터 강연 후기
동해선은 부산의 부전역에서 울산의 태화강역을 잇는 전철 노선입니다. 부산 시청에서 근무했을 때 이 노선의 신해운대역과 거제해맞이역을 이용해서 출퇴근했기 때문에 제게도 무척 익숙한 곳입니다. 배차 간격이 30분이라는 점이 좀 아쉽지만, 시간만 잘 맞추면 해운대구에서 연제구까지 아주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거제해맞이역은 대부분의 다른 전철역과는 다르게 지상보다 높은 고가역으로, 철로 아래에 주민들의 산책 명소인 참그린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동해선 고가 철도 덕분에 무더운 여름철에도 그늘 아래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배차 간격이 길어서 아쉽다고 했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산책길의 소음이 덜하기도 합니다. 세상일이란 게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고가 철도 아래 참그린길 따라서 조금 걷다 보면 길 오른쪽 위로 반듯한 건물 한 채가 나타납니다. 거제건강생활지원센터라는 간판이 이 건물의 이름을 말해주는 4층짜리 소박한 건물입니다. 새로 지어진 지 이제 1년이 된 곳으로, 지역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만든 보건소 부속 시설입니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주민센터가 근처로 옮겨 가고 그 자리에 새로 지은 건물로, 산책길 쪽으로 출입구가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작년 5월 화창한 날씨에 여러 손님들을 초청하여 개소식을 했던 게 바로 며칠 전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시간 참 빠릅니다.
거제건강생활지원센터에 들어서면 1층에는 마을건강센터가 있습니다. 마을건강센터는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혈압, 혈당, 체지방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네, 동감합니다. 건강생활지원센터, 마을건강센터… 이름들이 좀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에 보건소에 왔을 때 온갖 센터들의 이름 외우느라 고생 꽤나 했지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건강생활지원센터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 즉 건물을 가리킵니다. 마을건강센터는 작은 보건소를 동네마다 하나씩 만들어 누구나 쉽게 찾아와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그래서 마을건강센터는 독립된 건물이 아니라 주민센터처럼 기존에 있는 다른 건물의 일부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운동과 체력 측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3층에는 다양한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교육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건강 특강도 여기에서 진행했습니다. 교육장에서 한 층 더 올라간 4층에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병원과 연계하여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매안심센터의 분소가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이번에 저는 거제건강생활지원센터에 연제구 주민 30여 명을 초청해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이라는 주제로 1시간 동안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평상시의 올바른 습관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담아 준비했습니다. 강연은 다섯 개의 소주제로 구성하였습니다. 먼저, 건강한 생활 습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수면’과 ‘걷기’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그다음, 건강을 해치는 습관인 ‘흡연’과 ‘음주’에 관한 뜻밖의 사실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의존 문제를 다루었는데, 특히 어린이들과 젊은 세대가 스마트폰에 빠지는 원인과 해법에 대해 독창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저의 건강 강연은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강연자로서 저의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첫째, 흔히 상식으로 여겨지는 의학 상식 중에서 사실이 아닌 것을 찾아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의 강연과 집필의 주력 주제인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에 이러한 방향성이 잘 담겨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일종의 충격요법을 통해 올바른 의학 지식을 사람들의 뇌리에 확실하게 자리 잡게 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두 번째로, OX 퀴즈로 진행합니다. 처음 강연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내가 과연 강연을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을까. 의학이라는 그렇지 않아도 어렵고 딱딱해지기 쉬운 주제를 전달하는데 듣는 이들이 졸면 어쩌나. 어떻게 하면 강연의 본질은 살리면서도 청중들이 집중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찾은 해답이 OX 퀴즈입니다. 퀴즈는 참석자들을 수동적으로 듣는 청중에서 능동적으로 답을 해야 하는 참여자로 바꿉니다.
세 번째로,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세심하게 고려해 내용을 준비합니다.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이라는 같은 주제더라도, 전국의 공무원, 검찰청 직원, 그리고 노인 봉사단원을 위한 강연의 세부 내용은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그들이 놓여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고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거제건강생활지원센터 강연에서는 청중의 나이대가 대략 50대에서 70대 정도이고 지역 주민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분들이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이번 거제건강생활지원센터 주민 특별 강좌는 거제건강생활지원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준비한 강연이지만, 올해 5월은 제가 공직에 들어온 지 딱 5년째이기도 합니다.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의사이자 공무원으로서 일하며 보람도 많았지만 고민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역 주민들과 직접 만나 제가 아는 내용을 강의로 전하고,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가는 그분들의 뒷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이 길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공직자로 살아온 지난 5년을 뿌듯하게 돌아보며 앞으로의 시간도 값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어지는 강연에서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대한 고민을 듣고 ‘인생은 생각하는 만큼 변한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계획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강연은 이번 거제건강생활지원센터 강연처럼 올바른 건강 상식을 전하는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이라는 주제와 진로 탐색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인생은 생각하는 만큼 변한다‘라는 주제로 크게 나누어집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강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a%b1%b4%ea%b0%95%ec%9d%84-%ec%a7%80%ed%82%a4%eb%8a%94-%ec%83%9d%ed%99%9c-%ec%8a%b5%ea%b4%80-%ea%b1%b0%ec%a0%9c%ea%b1%b4%ea%b0%95%ec%83%9d%ed%99%9c%ec%a7%80%ec%9b%90%ec%84%bc%ed%84%b0-%ec%a3%bc/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