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지난번에 올렸던 ‘밤에 쉽게 잠드는 방법 3가지’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앞서 나는 밤에 잠들기 어려울 때 쉽게 잠들 수 있는 방법을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소개한 바 있다. 그 글에서 나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 곤란한 상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이 있다. 사실 좀 더 앞당겨서 이 글을 준비하고 싶었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의 효용성에 대해 스스로 검증할 시간이 필요해서 글이 좀 늦어졌다.
우리의 화두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기 위해 들고 있는 바로 그 스마트폰 말이다.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 일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보는 데 쓰게 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고단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푹 자야 하는 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낮 시간에 스마트폰을 쓰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켜고 우리가 하는 행동들을 곰곰이 곱씹어 보자. 이때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주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를 열고 오늘 하루는 또 무슨 일들로 세상이 들썩였는지 살펴본다. 사실 몰라도 되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 좀 더 솔직하게는 순수한 무료함 때문에 손가락 끝으로 뉴스 창을 넘기고 댓글의 사람들의 반응도 확인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한참을 넋을 놓고 포털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문득 이런 뉴스들은 내 취향 따위는 반영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기성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로 넘어갈 차례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일부와 내가 알았었나 싶은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나보다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알고리즘이 배치한 광고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페이지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우리의 숙면을 완벽하게 흐트러뜨릴 일격의 최종 단계로 접어든다. 그 옛날 브라운관을 닮은 둥그스름한 네모 모양의 빨간 유튜브 아이콘. 손가락이 그것을 터치하는 순간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수순으로 흘러간다. 순식간에 거부할 수 없는 영상들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 지금 보고 싶은 걸 어찌 이리도 잘 알고 있을까.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소름이 끼칠 정도다. 영상 하나가 끝나면 또 다음 영상. 그리고 그 다음 영상. ‘그래, 이게 마지막 영상이야. 어차피 오늘은 제대로 자긴 글렀으니 시계 분침이 6에 갈 때까지만 보자.’ 그렇게 침대에 누워 무심코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지난 밤, 설령 바로 어제가 아니라도 잠들기 전,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일이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유튜브의 유혹을 뿌리치려고 밤마다 부단히 애썼지만 그때마다 이기는 것은 내가 아닌 유튜브였다. 그러면서 마침내 깨달았다. ‘유튜브를 보다가 원하는 순간 그만둔다는 건 인간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어서야 유튜브를 멈추는 이 상황을 끝내려면, 뭔가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겠구나.’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유튜브 앞에서 내가 가장 약해지는 순간이 언제인가. 어느 지점을 공략해야 그다음의 유튜브 알고리즘의 무한 루프로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지점은 유튜브 앱을 켠 직후, 그러니까 내 취향을 저격하는 영상들이 펼쳐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썸네일이 내 시신경에 닿는 순간 이미 나의 패배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 썸네일들을 보지 않을 수 있다면, 그래서 적어도 나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되는 것이다.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내가 그 썸네일을 클릭하지 않는 한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내가 썸네일을 건드리는 순간, 유튜브 영상은 실체를 갖추고 그 결과 모든 것은 바뀌고 만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알고리즘이 펼쳐놓은 썸네일을 보지 않을 수만 있다면 유튜브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제 그것을 실행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척 쉬웠다.
https://myactivity.google.com으로 이동한다.
YouTube 기록을 클릭한다.
사용 중지 클릭한다.
이렇게 딱 3단계를 거친 후 다시 유튜브로 돌아갔다. 이럴 수가. 화면이 깔끔하게 치워져 있다. 마치 오랫동안 방 안에 잡동사니를 쌓아두다가 큰마음 먹고 대청소를 한 기분이다. 화면 왼쪽 구석의 유튜브 로고와 그 옆으로 자리한 빈 검색창만이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유튜브라는 사실을 수줍게 알려주고 있다. 그 아래에 원래 있어야 할, 그래서 나의 시간을 우걱우걱 집어삼킬 준비를 마친, 알고리즘이 선택한 영상 썸네일들이 더는 보이지 않는다. 그 옛날 야후에서 어지럼증을 느끼다가 검색창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던 구글 홈페이지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에 비견할 만하다.
유튜브 설정을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 그 이후로 많은 게 변했다. 이제는 꼭 보아야 할 영상이 있다면 직접 키워드를 검색창에 입력해서 찾아서 본다. 유튜브를 열고 홀린 듯이 썸네일에 빨려들어가는 일을 더는 반복하지 않는다. 비로소 내가 내 돈 주고 산 스마트폰의 사용 주도권을 유튜브로부터 되찾아왔다. 앞으로 다시는 나의 선택권을 유튜브 알고리즘에 양도하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가 나의 단 하나뿐인 삶, 소중한 시간을 훔쳐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이 방법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해도 좋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제 나는 유튜브를 보다가 밤늦게 잠드는 일이 없다. 덕분에 그다음 날 훨씬 더 개운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과 중에도 웬만한 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유튜브를 끊는다는 게 이렇게 쉬운 거였다. 이렇게 좋은 거였다. 진작 알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이미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날을 더 값지게 써야겠다. 지금이 내 남은 생애에서 가장 이른 순간일 테니까.
원문: https://shinseungkeon.com/내가-유튜브-중독에서-벗어난-방법/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