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마당 12월 26일 출연
크리스마스 다음 날, 오랜만에 방송 출연을 했다. 1991년부터 대한민국의 아침을 열어온 KBS 아침마당에서는 목요일마다 ‘꽃피는 인생수업’이라는 이름으로 강연이 진행된다. 이 코너에서는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 방송의 주제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이었다. 나는 그 의사들 중 한 사람으로 참여했고, 내가 준비한 강연의 제목은 ‘아픔은 약함이 아니다’였다. 작가들과 대본을 주고받으며 수주간 내용을 다듬고 준비를 마쳤다.
전국으로 송출되는 생방송은 처음이었다. 방송일이 가까워질수록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강연대로 나가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면 어쩌지’라는 엉뚱한 상상까지 떠올랐다. 전날 밤, 긴장으로 잠을 설쳤다.
방송 당일 아침 6시 45분, KBS 본관에 도착했다. 어릴 적 KBS에서 일하던 먼 친척 덕분에 ‘열린음악회’와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방청했던 이후 처음으로 KBS 내부에 들어섰다. 아내의 직장 바로 옆에 있는 KBS는 평소 자주 지나던 곳이다. 그 바로 앞에 가족과 함께 즐겨찾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있어서 익숙한 동네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그것도 출연자로 이곳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 방송에서는 나의 심장병력과 보건소에서 하는 일들, 그리고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와의 산행 이야기를 다뤘다. 제작진은 심장병력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싶어 했지만, 나는 보건소장으로서의 역할을 알리는 데도 의미를 두고 싶었다. 다행히 제작진이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 보건소 업무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고, 내가 심장병력을 소개하기 위해 제안한 ‘두 남자 이야기’라는 컨셉도 방송에 반영되었다. 더불어 지난 2월 히말라야 등반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 이야기까지 포함될 수 있어 고마웠다.
아나운서 김재원 님과 개그우먼 김지선 님의 진행은 정말 탁월했다. 긴장한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고, 생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함께 출연한 이대 목동병원 전종관 교수님과 가천대 길병원 박국양 교수님은 그야말로 대가들이었다. 이들과 나란히 무대에 설 수 있어 무척 영광스러웠다. 방송 후 작가님들과 교수님들, 김지선 님과 함께 나눈 30여 분의 티타임은 값진 시간이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는 생방송 출연이라는 특별한 도전이었지만, 딸에게는 오래 간직할 추억이 되었다. 딸은 학교 수업 대신 체험 학습으로 촬영장에 함께 왔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은 아직 어린 나이여서 보호자의 동행이 필요했다. 평소 아침마당을 즐겨보시는 장모님도 흔쾌히 함께해 주셨다. 제작진은 딸과 장모님의 방청을 허락했을 뿐 아니라, 방송 화면두 차례나 딸을 비춰주었다. 제작진의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방송 출연은 내 삶에 새로운 결을 더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보건소장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c%95%84%ed%94%94%ec%9d%80-%ec%95%bd%ed%95%a8%ec%9d%b4-%ec%95%84%eb%8b%88%eb%8b%a4-kbs-%ec%95%84%ec%b9%a8%eb%a7%88%eb%8b%b9-%ea%bd%83%ed%94%bc%eb%8a%94-%ec%9d%b8%ec%83%9d%ec%88%98%ec%97%85/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