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말, Chat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벌써’라고 쓰는 게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동안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ChatGPT가 업무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삶 전반에 걸쳐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생각하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가 ChatGPT를 사용했던 상황들을 돌아보면 기존의 검색 엔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인가. 보고서 요약이나 발표 자료 준비처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용도는 물론, 오븐에서 감자를 맛있게 굽는 방법이나 스파게티 재료 추천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물음에서, 블로그에 추가할 ‘책 추천’을 구현하기 위한 코딩 요청까지. 그야말로 ChatGPT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넘나들면서 우리 삶 속에 무서운 속도로 스며들고 있다.
사람이란 한 번 발견한 지름길은 계속 이용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모르던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ChatGPT로 생각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나의 사고 회로도 알게 모르게 바뀌어 갈 것이고, 그것이 새로운 진화의 방향이라고 한다면 또 그렇게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가장 인간적인 능력의 퇴화가 동반될 수 있기에 그저 편안하게 여길 수만은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기에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떼려고 하지만, 하필이면 그 길이 가파른 내리막이라서, 한 번 내달리기 시작한 이상 나의 의지만으로 멈출 수가 없다.
어른인 나도 그런데 아이는 오죽할까. 아직 아무런 선입견이 없을 아이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더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부모 마음으로는 아이가 세상의 변화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나도 초등학생 딸아이가 있다 보니 ChatGPT를 어떻게 접하게 해야 좋을지에 관해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어울려 살아가야 할 시간이 더 많을 테니 무조건 막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 새로운 기술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르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방침은 대략 이렇다. ChatGPT 사용은 허락하되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틈틈이 사용 이력을 검토한다. 이것은 ChatGPT 이전에 구글 검색에서 그 사용 이력을 계속 모니터링해 오던 것의 연장으로, 현재 이 아이가 찾아보고 물어보고 답을 얻은 내용들을 검토한 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은 조언하고 있다. 그게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여전히 완벽한 답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다시 말하지만 나조차도 아직은 ChatGPT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지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계속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갈 뿐. 이래저래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중 최근에 조금 유용한 기능이 하나 생겨서 반가운 마음이다. 며칠 전에 ChatGPT에 ‘공부 모드’라는 이름의 기능이 새로 생겼다. 검색 엔진처럼 곧바로 질문에 답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한 단계 더 깊게 문제를 파고들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앞으로 좀 더 써 보면서 그 유용성을 평가해 볼 참이지만, 일단 그 취지만큼은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사용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ChatGPT 입력창 아래의 ‘도구’에서 ‘공부하고 배워요’를 선택하면 된다. 무료 이용자도 쓸 수 있다. 어제오늘 인터넷에 이 기능을 소개하는 뉴스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개중에는 ‘이제 학교 공부가 필요 없겠다’는 다소 과장된 해석도 있지만,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아이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ChatGPT ‘공부 모드’를 살펴보다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했다. 매번 입력창 아래의 ‘도구’에서 ‘공부하고 배워요’ 기능을 켜야만 ‘공부 모드’가 시작된다는 점인데, 단지 이런 과정 하나가 추가된다는 것만으로도 활용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딸아이가 이걸 매번 의식적으로 켜면 좋겠지만, 생략하는 경우도 분명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딸이 ChatGPT를 쓸 때 좀 더 직관적으로 ‘공부 모드’를 활용할 수 있게 할까 고민하다가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 주소창에 chatgpt.com/studymode를 직접 입력하면 된다. 이 주소로 접속하면 ‘공부 모드’가 활성화된 상태로 입력창이 열린다. 아이들 컴퓨터 브라우저의 북마크나 바탕화면에 이 주소를 바로 가기로 저장해두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도 ‘공부 모드’를 기본값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그 상태에서 좌측 상단의 새 대화를 열게 되면 공부 모드가 아닌 일반 대화 모드로 시작되게 되는데, 이때는 앞서 설명했듯이 입력창 아래의 ‘도구’를 누르고 ‘공부하고 배워요’를 누르면 다시 ‘공부 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집집마다 인터넷이 들어가던 1990년대, 사람들 손에 들려 있던 피처폰이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바뀌던 2010년 전후. 지금 우리는 그때가 큰 변화의 시기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십여 년쯤 후에 우리가 2025년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리고 그것을 곱씹을 만한 사고력이 남아 있다면, 그 이전의 어느 때와 비교해도 훨씬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의 한가운데를 우리가 지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게 되더라도 배움의 즐거움만큼은 잃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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