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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pr 10. 2023

2023 봄, 몬트리올 한 달 살기 - Intro

그러니까 왜 이렇게 되었냐면요 아뇨 이민은 아니고요

    간략하게 나의 배경을 설명해 보자면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회사의 한국 직원으로 한국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회사가 매우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고, 몬트리올 이외 지역 및 캐나다 외 국가들에서 직원들을 많이 뽑으며 사내 문화 구축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엔데믹 시작과 함께 본사에 전 세계 직원이 모여서 다 함께 하는 행사를 자주 기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던 중 3월 말과 5월 초에 본사 출장 건수가 잡히게 되어, 그 사이에 그럼 몬트리올 한 달 살기를 도전해 보자!라는 생각을 2월 말에 하게 되었다. 회사가 저런 준비들을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임박해서 알려주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일단 비행시간 20시간 정도가 걸리는, 직항조차 없는 해외 직원들의 입장은 아직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듯하다.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이곳저곳 회사들에서 오피스 출근을 시작하는 분위기들이 있지만, 우리 회사는 위와 같은 사유로 여전히 리모트 근무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단, 해외에 2주 이상 거주하는 경우에는 조직장에게 '공유'는 해주는 정도로의 가이드가 있는 듯하다. 근데 말이 좋아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리모트지 솔직히 하루에 8시간 이상 일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이 주중을 보내는데 굳이 다른 장소에서, 그것도 돈을 내고 머무는데 일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만큼 현재 거주 중인 집을 재택 근무하기에 최적으로 꾸며놓은 것도 한몫했다. 이 재택 환경의 유일한 단점은, 눈을 뜨면서부터 잘 때까지 일만 한다. 의식적으로 일을 벗어나고 모든 알림을 무음으로 하지 않는 이상... 


    그럼에도 몬트리올에서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본사 근무 시간에 맞춰서 일하며 '제법 일상적인' 해외에서의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일단 본사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약 2-3일을 밤 시간(몬트리올의 아침 시간)에 맞춰서 회의를 해야만 한다. 서머타임 유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밤 9시부터 12시 정도를 주 2회 할애해야 하고, 회의와 함께 자연스럽게 일을 1-2시간 정도 더 하게 된다. 본사의 아침이 시작되면서 오기 시작하는 메일 답변이라든가 새로운 업무 내역들을 살펴보다 보면 은근슬쩍 일을 좀 하게 되고, 이렇게 밤에 일을 하고 영어로 회의를 하면 노트북을 딱 닫는다고 바로 잠이 오지도 않는다. 올빼미형 인간이기는 하지만 일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 때문에 아무리 낮 시간 업무를 2-3시간 빼놓고 일을 한다 해도, 잠정적 퇴근 시간부터 밤 시간 미팅까지는 자연스럽게 '잠시 업무 중에 다른 것을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당하게 업무 시간이 아닌데도!


    하여, 이번에 몬트리올에 살아보면서 본사 시간에 맞춰 아침 9시부터 6시 사이에 일하고 미팅하고, 그 사이에 시차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던 외부 파트너사와의 정기 미팅 및 각 부서 간의 미팅들을 참여하여 전체적으로 본사 친구들이 일하는 방식과 업무 내역들을 좀 더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아예 다른 환경 외국에서 일상을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 이로 인해서 현실에서 나를 붙잡고 있는 여러 가지 부담스러운 점(주로 인간관계에서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들)에 대해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름 구구절절의 사유로 인해 2023년 3월 19일 출국부터 5월 초까지 몬트리올 한 달 살기가 결정되었습니다. 사실 그냥 지내면 그만인 시간들 일지만 언젠가 꺼내어 이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열심히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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