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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Park Feb 01. 2023

리포트를 성장시키는 다정한 매니징의 힘

2023년 진희 생각 - 1

어디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인상 깊게 읽은 글이 있어 소개한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당연히 나는 그가 이성적인 판단력이나 높은 학력, 잘 관리한 비즈니스 인맥 같은 것을 꼽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답은 꽤 의외였다. 그는 본인을 믿어주는 다정한 사람들을 곁에 많이 두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냉철하고 날카로운 피드백이라면 얼마든지 받을 기회가 많지만 따뜻한 말을 들을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 이 글에서는 팀에서 팀원들을 관리하는 사람을 매니저, 관리를 받는 사람을 리포트, 관리하는 행위를 매니징으로 정의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매니징에 대한 내 생각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다. 나는 최근 2~3년 동안 과거의 어떤 때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에는 다정한 매니징이 큰 영향을 주었다. 좋은 매니저들을 만난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가 만난 매니저들은 좋은 사람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소통이다. 1 on 1 미팅으로 많은 것들을 나눴다. 업무 고충을 털어놓고 성장을 고민하며 함께 action item 세우고 시도했다.



생각해보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건 과거의 매니저 아보카도 님의 제안 덕분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엄청 높았고 그러다 보니 늘 조급했다. 회사 일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평소에 내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짧은 글을 쓰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던 걸 알고 있던 아보카도 님은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글로 써 브런치에 올려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공개된 곳에 글을 쓸 만큼 실력이 있는지 확신이 없었던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덕에 지금까지 20개가 넘는 글을 썼다. 이렇게 남긴 글들은 과거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내 재산이다. 자칫 흘려보낼 수 있던 생각을 소중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2 1일부로 입사 2주년을 맞았다. 2년을 넘게 일할  있었던 데에는 여러 매니저님의 도움이 있었다. 입사  1 가까이 함께한 매니저 브로콜리 님을 떠올리면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중간 관리자로서 , 아래에서 오는 압박감이 엄청났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회사에서 내리는 결정에  의사가 가장  반영될  있도록 노력해  분이다. 특히 입사  나는 심리적 안정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였는데 그로 인해 부트캠프라고 부르는 3개월의 수습 기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브로콜리 님은 부담감 때문에 내가 100% 역량을 내지 못하는 것을 염려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얼마나 좋은 능력을 많이 갖추고 있는지 말해주었다. 마냥 좋은 역량만 갖춘 것이 아니었을 텐데도 그렇게 말해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부트캠프를 마칠  있었다. 아래는 당시에 브로콜리 님이 해주신 말이다.


"왜 이렇게 까지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진희 님은 부트캠프를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요. 수습 기간을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희 님과 맞는 팀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의 핏을 맞추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진희 님이 가진 장점을 잘 어필할 수 있는 것을 과제로 정한 뒤 보여주시면 됩니다."




현재는 매니저 치즈 님과 매주 1 on 1을 하는데 격주로 다른 주제를 다룬다. 한 주는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한 주는 개인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개인의 성장은 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은지에 관한 내용들이다. 보통 나는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것이나 Individual Contributor에서 매니저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량들을 키우기 위해 실행해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본다. 실제로 2022년부터는 목적 조직으로 구성된 팀(스쿼드)의 디자인 업무뿐만 아니라 기능 조직인 디자인 팀에서 새로운 역할들을 맡아서 해보고 있다. 그전에는 팀 안에서 구체적인 제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새로운 역할들로 인해 시야를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치즈 님은 디자이너들의 매니저이자 CDO를 겸하고 있다. 매니저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다. 큰 조직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디자인 직무의 C레벨이다. 치즈 님의 영향력을 보고 있으면 조직에 왜 C 레벨이 필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따로 또 같이. 개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각각이 본인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고 역할을 나누어 준다. 그리고 개개인의 역량이 모여 하나의 팀으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엮어낸다.


1 on 1중에 치즈 님이 그린 것. 이름 옆에 스마일과 하트, 별을 그려 넣으며 지금 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강조해 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매니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따뜻한 말을 건넬 줄 아는 다정한 동료이다. 동료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매니저와 리포트의 관계도 편의를 위해 조직된 하나의 구조일 뿐 결국은 모두가 회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동지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치열하게 주장을 겨뤄야 할 때도 있고 자연스레 날카로운 말들이 오가기도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속에서 일을 잘 해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다정하게 주고받은 말과 그 속에서 쌓이는 서로 간의 신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2023년 진희 생각 - 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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