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디자이너 취업의 A to Z
지난 9일 UI/UX 디자이너 취업의 A to Z라는 주제로 웨비나를 진행했다. 늘 듣는 위치에 있다 인생 처음으로 연사 되어 보았다. 누구나 경험하는 처음처럼 시작 전에는 약간 설레면서 두렵고, 끝나고 난 후에는 아쉬움이 남는 그런 시간이었다. 미래엔 더 나아진 모습으로 과거를 추억할 수 있길 바라며,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여운을 후기로 남겨본다.
웨비나를 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최근 나는 스파르타코딩클럽에서 UX/UI 디자이너 부트캠프의 튜터로 합류했다. 그리고 팀스파르타 측으로부터 현재 모집 중인 이 부트캠프에 참가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웨비나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웨비나 연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고민했다. 무엇보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웨비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럼에도 용기를 냈다. 존경하는 디자이너 은주 님의 말을 되새기면서.
내 손에 공을 들고 고민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단 저지르면 수습할 힘이 생긴다.
처음이었지만 혼자가 아니라 팀스파르타 매니저님의 도움이 있어 한결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매니저님과 논의해 파트를 나누고, 목차를 정했다. 그런 다음 목차에 살을 붙이며 내용을 구체화했다. 일단 글 쓸 때처럼 노션에 줄글로 하고 싶은 내용을 적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책과 인터넷 검색을 참고했다.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머릿속에서 꺼내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해 쉬운 말로 정리하려니 쉽지 않았다. 가르칠 때 더 많이 배운다는 말을 실감했다.
글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장표로 내용을 옮겼다. 가장 고심했던 부분 중 하나다. 말은 귀로 듣지만, 눈으로도 자료를 본다. 장표를 처음 보는 사람을 계속해서 상상했다. 내용을 지나치게 생략하거나, 너무 복잡하게 표현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핵심 내용을 타이틀에 담고 이해를 도와줄 그림을 더했다. 도식은 종이에 먼저 손으로 그렸다. 바로 그래픽을 디자인하면 보이는 것에 집착할 수 있어서다.
발표 자료는 구글 슬라이드로 만들었다. 모든 내용은 구글 슬라이드의 기본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완성했다. 그래픽 정도는 피그마로 그려서 이미지로 넣을까 잠깐 고민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니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발표는 웬만하면 편집이 쉽게 만드는 편이 좋았다. 혹시 내용이 바뀔 수 있고, 그러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장표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웨비나는 줌으로 진행했다. 줌은 조금 익숙하지 않아 며칠 전에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봤다. 미리 확인해 두길 잘했다 싶은 게 처음에 화면 공유가 잘 안되어서 애를 먹었다. 내 화면은 장표와 대본을 함께 띄워두고, 상대방에게는 장표만 보일 수 있도록 화면 공유를 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잘 안돼서 여러 번 테스트 끝에 방법을 찾았다.
발표는 구글 슬라이드의 발표자 보기 기능을 활용했다. 슬라이드쇼를 발표자 보기로 시작하면 슬라이드 창 하나, 슬라이드와 미리 적어둔 발표자 노트를 함께 볼 수 있는 창 하나, 총 2개가 뜬다. 두 번째 창에서는 발표자 노트를 보는 동시에 슬라이드를 넘길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첫 번째 슬라이드 화면을 공유하고 나는 두 번째 발표자 노트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면 편하다. 개인적으로 대본을 보며 하는 발표를 선호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하는 첫 웨비나인 데다 미리 외워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이번엔 대본의 힘을 빌렸다.
웨비나는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총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1부, 2부를 맡아 총 1시간 정도를 진행했다. 전체적인 진행은 팀스파르타의 웨비나 담당 매니저님이 맡았다. 나는 1부에서 넘겨받아 2부와 실시간 Q&A까지 하고 발표를 마쳤다. 이번 웨비나에서 가장 많은 참여자가 있었던 순간은 96명이었다. 사전에 팀스파르타 측으로부터 예상 참여 인원이 60~70명 정도라고 전해 들었는데 평소와 비교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채팅을 통해 실시간 질문을 많이 남겨 주셨는데 Q&A 땐 정해진 시간이 있다 보니 다 답변을 해드리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내 순서인 2부가 끝난 후 3부인 UX/UI 디자인 부트캠프 소개가 진행되는 동안 최대한 채팅창을 보며 답변을 달아드렸다. 그렇지만 중간에 퇴장하신 분도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글로 기존 글이 밀려 올라가 전부 답을 하진 못했다. 채팅에 올라온 질문 중 중 몇 가지를 골라 답변을 적어보았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답변한 것으로 채용과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준은 사람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질문 1] 중고 신입 포트폴리오를 준비 중인데, 지망 기업의 JD가 마침 사이드 프로젝트의 주제와 가깝습니다. 포트폴리오에 사이드 프로젝트와 현업 결과물을 넣어도 될까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주제가 지망 기업의 JD와 비슷하다면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회사에서는 실무에 바로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원자를 높게 평가합니다. 실제 업무와 유사한 일을 해봤거나 도메인 지식이 있다면 유리하겠죠. 대신 사이드 프로젝트의 완결성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주제만 비슷한 것으로는 사이드 프로젝트 결과물을 보고 실무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정리하자면, 사이드 프로젝트가 적절한 규모와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다면 넣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적절한 규모와 프로세스라고 함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획, 디자인, 개발 관련 직무 담당자가 함께 참여하여 실제 개발이 이루어졌거나, 적어도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서 문제 발견과 정의, 솔루션 도출, 가설 검증을 위한 테스트 등이 논리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를 말합니다.
[질문 2] UIUX 디자인 인턴/GUI 디자인/UX 설계를 한 경력이 있는데, 한 포트폴리오 안에 여러 직무가 섞여 있어도 괜찮을까요?
지원하는 회사의 직무에 따라 방향을 집중하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포지션이 GUI/UI 디자이너라면 UI 디자인의 심미성이 잘 드러나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세요. UI/UX 디자인 인턴과 UX 설계를 한 프로젝트에서도 시각적인 결과물 위주로 재구성해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또한, UX 디자이너나 프로덕트 디자이너 포지션의 경우, UX 설계 과정이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AS-IS에서 TO-BE로 개선된 디자인의 변화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그리고 그 변화가 비즈니스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가 잘 표현되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 3] 포트폴리오 첫 페이지에 자기소개서를 넣어도 될까요?
보통은 이력서를 함께 제출하니 포트폴리오에서는 바로 프로젝트로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제 경험을 생각해 보면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자기소개서는 크게 유용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원자의 이력을 볼 때는 경력을 포함한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을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을 모두 담기에는 포트폴리오의 첫 페이지는 조금 충분하지 않아 보여요. 자세한 이력은 이력서에 기재하고, 포트폴리오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만일 자기소개서를 넣고 싶다면,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본인을 확실히 기억하게 만들 수 있는 키워드 정도를 넣으면 좋습니다. 이때 기억해야 할 점은 자기소개서에서 설명한 내용이 포트폴리오의 프로젝트로 드러나야 합니다. 자기소개서에서 설명한 내용이 프로젝트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허울 좋은 말로만 보일 수 있어요.
[질문 4] 퍼블리싱 능력과 이해도는 UX/UI 디자이너 취업에 얼마나 중요한가요?
퍼블리싱 능력과 이해도는 높으면 좋아요. 확실히 디자인에 도움이 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UX/UI 디자이너가 가장 밀접하게 협업하는 사람이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이기 때문입니다. 프론트엔트 엔지니어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화면을 코드로 구현하여 실제 동작하는 화면으로 만들어 주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기능이 출시될 때까지 정말 많이, 그리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요. 디자이너가 기술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있으면 훨씬 소통하기가 쉽죠.
두 번째 이유는 만들어지는 방식을 이해한 디자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은 디바이스의 스크린 크기가 워낙 다양하죠. 그래서 고정된 하나의 화면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형 디자인으로 다양한 화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요. 예를 들어, 뱅크샐러드는 보통 모바일 기준으로 너비를 375px로 두고 디자인을 하는데요. 그러나 이보다 더 작은 320px를 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갤럭시 폴드처럼 훨씬 넓은 너비의 기기를 쓰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375px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화면 너비가 좁을 때는 자동으로 줄어들고, 넓을 때는 적절하게 늘어나도록 합니다. 디자인한 화면을 프론트엔드가 엔지니어가 어떻게 구현할지 알고 있다면 디자인도 거기에 맞출 수 있겠죠. 양쪽 여백을 고정하고 내부 콘텐츠의 너비만 늘어나도록 가이드하는 방식으로요.
[질문 5] UX/UI 디자이너 취업을 위해 꼭 해봐야 하는 경험이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저는 실제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바탕으로 한 클론 디자인과 케이스 스터디를 추천합니다. 짧은 시간에 UX/UI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상용화된 제품, 특히 현재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는 앱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고민했을 테고, 또한 인기가 있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클론 디자인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해드리면, 피그마 같은 디자인 툴로 화면을 똑같이 그려 보는 것인데요. 이는 UI 디자인과 UX 디자인 두 측면 모두 도움이 됩니다. 따라 그리기 위해 타이틀의 텍스트 크기는 얼마인지, 컬러는 어떻게 사용했는지, 섹션을 구분할 때 간격은 몇 픽셀인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UI 디자인의 기본기가 많이 향상됩니다.
또한, 따라 그리면서 화면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보통 상단은 내비게이션부터 시작해 타이틀, 서브 텍스트, 리스트 아이템으로 이어지는구나”라는 식으로 화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용하기 편리한 구성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요. 요즘 잘나가는 서비스들에서 많이 쓰는 UX 패턴은 어떤 것인지,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지 배울 수 있습니다. 갖고 있는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 보는 것보다는 잘 만들어진 재료를 분해하고 재조립해 보는 과정을 반복해 보시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고 결국에는 그게 내 실력이 되는 것이거든요.
실시간으로 질문을 많이 남겨주셨는데 아무래도 처음 진행하는 웨비나이다 보니 채팅을 읽기가 어려웠다. 준비한 것들도 잘 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이것저것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반대로 웨비나를 듣는 입장이었던 때를 떠올려 보면 실무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 게 웨비나의 큰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번에는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많이 준비해 두는 게 좋겠다. 평소에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조금씩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사람을 앞에 나설 일이 생길 때면 늘 생각해 보는 것이 있다. 석, 박사를 한 학자도, 선생도 아닌 내가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할 수 있을까. 내 이야기의 쓸모에 대해 고민한다. 지금까지는 현업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전하는 데에 가치를 두고 나눴다. 이번 웨비나도 마찬가지로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 나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던져보며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말과 글로 주장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그대로 하는 것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다. 그리고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맨다. 실천이 없으면 주장은 금세 힘을 잃는다.
특히 이번 웨비나는 UX/UI 디자이너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였다. 실시간 채팅으로 올라오는 질문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내가 있는 이 자리가 누구에게는 간절한 기회이다. 그리고 얼마나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는지는 스스로 노력하는 것에 달렸다. 이번 웨비나는 내게도 배움의 기회가 됐다. 마지막으로, 웨비나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얻었던 말을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
우린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일이 많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망설이는 나를 밀어줄 친구와 방아쇠를 당길 용기라는 생각을 해 본다.
- 김은주,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p.8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