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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u Byun Jul 14. 2022

베를린_’성진 조’의 도시

Berlin_


​독일의 수도이며 다양한 문화가 섞인 멜팅 스팟, 유럽에서 가장 힙하고 핫한 요소들이 많은 도시 등등 베를린을 수식하는 표현이 참 많은데, 나에게 베를린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살고 있는 도시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성진 님이기에 한국에서보다 그의 연주를 자주 직관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함부르크에서 한 시간 반 기차를 타면 베를린에 도착한다. 노란색 대중교통, 베를린의 독특한 신호등 암펠만Ampelmann 이 반겨준다.






다양성을 넘어 독특함 마저 일상인 베를린은 언제나 활기가 넘쳐 보인다.

​​

저녁 8시. 조성진을 만날 시간.


​​Konzerthaus 콘체르트하우스 맞은편 에르딩어 암 겐달멘마크트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야외 테이블이 콘체르트 하우스 앞 광장까지 이어져 있다. 우아한 콘체르트하우스를 등지고 또는 바라보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를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당당히 지나간다.


"멋진 밤이에요. 나는 성진조의 공연을 보러 가요."





베를린 중심에 자리한 콘체르트하우스는 1821년 건설돼 왕립극장으로 쓰이다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파손되었다고 한다. 오랜 재건과 개축을 거쳐 1984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콘체르트하우스 200주년 영상을 보면 1948년,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콘서트 장 앞에서 공연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광장 가득 모인 사람들의 모습에서 콘체르트하우스와 음악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만약 내가 Berliner 베를리너였대도 이 콘체르트하우스가 분명 베를린 부심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그만큼 이곳은 존재만으로 아름답고 사랑받기에 충분한 건물이다.


요즘엔 콘체르트하우스 입장  복장 규정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예전에는 운동화나 캐주얼한 옷은 입장이 안됐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입장하는 사람들의 의상은 공연장에 대한, 연주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듯 모두  차려입었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눈이 간다. 독일의 콘체르트하우스, Opernhaus 오펀하우스오페라 하우스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대부분 정장 차림인데 매우 화려하게 차려입은 분들도  있다. 분홍색 슈트의 할아버지, 빨간 원피스에 빨간 구두를 신은 할머니  한국에서는 쉽게   없는 어른들의 복장이다.

성진조의 공연이기도 하고, 베를린에 한인들이 많이 살기도 해서인지 공연장에선 늘 한인교회에 예배드리러 갈 때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을 만난다. 연주를 듣기 전부터 설레고 뭉클한 마음이 드는 이유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Grosser Saal 그로써쌀대형 콘서트홀 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보다 규모와 좌석 수가 적지만 나는 딱 이만한 크기가 좋다. 홀이 너무 커 소리가 퍼져 버리지 않고 공간을 꽉 채운달까. 한국과 달리 무대가 높지 않은 것도 좋다. 연주자와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그가 흘려보내는 음을 하나하나 주워 담는 기분이 든다.







​2022년 6월 24일. 조성진이 연주할 프로그램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f 단조 op21.  그가 누르는 부드럽고 맑은 피아노 음 사이사이 강하게 밀려오는 오케스트라의 협주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소녀처럼 난간에 몸을 바짝 기대 연주를 감상했고, 건너편 2층에 계신 어떤 분은 조성진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시종일관 일어서 있었다. 두 손을 꼭 모으게 만드는 몽글몽글한 40분이었다.​


퇴근하는 조성진을 만나 사진을 찍은 분들도 있는데, 나는 아직 그런 영광을 맞이하지 못했다. 베를린에 자주 오다 보면 언젠가 그에게 직접 인사를 건넬 순간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관람 후 콘체르트하우스 맞은편 레스토랑인 에르딩어 암 겐달멘마크트ERDINGER am Gendarmenmarkt에서의 맥주 한 잔을 추천한다. 관람을 마치고 맥주 또는 와인 한 잔 앞에 두고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사이에 앉았다. 전혀 현지인 같지 않은 사람이 독일어로 주문하는 것이 신기했는지, 독일어를 잘한다. 혹시 한국인이니? 성진조의 공연 정말 멋졌다 등 그에 대한 찬사를 나에게까지 흘려준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도시가 아름다워진다. 매너를 갖춘 태도와 부드러운 말이 가득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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