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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봅 Mar 10. 2020

취미가 피아노, 테크닉... 중요할까?

 간혹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테크닉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테크닉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느끼는 감성이고, 음악은 즐기는 것이지 고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테크닉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성이고 물론 음악은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라는 것은 음악을 '표현하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테크닉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요하다.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 보자. 내 머릿속에는 파란 하늘에 물로 풀어놓은 것 같은 구름이 떠 다니고, 그 아래에는 잔잔한 물결이 있다. 따사로운 햇살은 물결 위를 반짝이는 빛이 되어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알게끔 한다. 나는 이 이미지를 수채화를 통해 표현할 것이다. 물감을 풀어 붓을 잡는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끄집어 내 캔버스 위에 옮길 자신이 있는가?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하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것은 개인의 숙련도에 따라 다르다.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예술성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해 낼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악기 연주, 혹은 일을 함에 있어서도 같다. 무언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독 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이 '기술'이라는 것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테크닉 신봉자이다.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곡을 듣는 것도, 연주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테크닉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그 곡의 예술성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하농처럼 음악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테크닉만을 위한 곡은 오히려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애초에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것은 손가락으로 건반을 터치하는 행위이고, 그것은 언 듯 생각해 보면 어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그 자체로 이미 테크닉인 것이다. 


 피아노를 배워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손 끝을 이용해 여러 건반을 고르게 소리 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님을. 오른손과 왼 손이 다르게 움직이고, 심지어는 멜로디가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겨 갈 때도 있으며, 수많은 음표들 사이에 숨어 있는 때도 있다. 강한 힘으로 쳐야 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부드럽게 터치해야 할 때도 있고, 아주 빠른 속도로 여러 건반을 눌러야 할 때도 있다. 


 이 어려운 과정을 모두 해 냈을 때 우리는 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연주'라는 것이 테크닉의 집대성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난이도의 차이가 있을 뿐 피아노를 치기 위해서는 연습을 해야 하고, 그것은 테크닉을 익히는 일이다. 


 '즐기기 위해' 혹은 '가벼운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은 부정하고 싶은 일 일수도 있다. 무언가를 익힌다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즐기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하루에 몇십 분씩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해야 하고, 심지어 그것이 지루하고, 잘 되지조차 않는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절대로 피아노를 즐기며 연주할 수 없다. 그러니 더디더라도 꾸준히 연습하고, 테크닉을 기르자. 거기에서부터가 시작이다. 테크닉은 곧 나를 연주할 수 있게 할 것이며, 심지어는 나의 부족한 예술성을 보완해 주기까지 할 것이다. 





Q. 그렇다면 꼭 테크닉을 기르기 위해 테크닉만을 위한 연습을 해야 하나요?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웠을 때를 생각해 보면 바이엘에서 체르니 연습곡으로 이어진 커리큘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테크닉을 기르기 위해 예술성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나의 수준에 맞는 곡을 선택하고, 그 곡을 연습하다 보면 그 곡 안에 있는 테크닉을 자연스레 익히게 될 것이다. 다만 연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체르니나 하농 등의 테크닉 연습곡을 병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은 수준으로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Q.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려는데 연습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하고자 하는 수준에 따라 요구되는 연습시간이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30분 이상 연습할 수 있으면 좋다. 만약 30분의 시간조차 내기 어렵다면 5분, 10분 정도라도 괜찮으니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답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쯤 몰아서 몇 시간씩 연습하는 것보다는 스트레스도 적고 효율도 좋다.


Q. 테크닉을 배제한 채 피아노를 즐길 방법은 없는 것인가요?


 '연주'보다 '감상'을 즐기면 될 일이다. 레슨을 할 때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테크닉보다는 음악성을 길러 주세요'라는 말이었는데, 음악성을 위해서라면 많은 곡을 듣고 적극적으로 예술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피아노 앞에 앉아 원치 않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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