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봅 Feb 25. 2020

육아_log : 대머리는 만들기 싫어서

 강아지 포메라니안을 키우면 원숭이 시기라는 것을 겪게 된다. 어린 강아지가 성견이 되기 전 털갈이를 하는 것인데, 털이 우수수 빠진 그 모습이 마치 원숭이 같다고 해서 원숭이 시기라고 부른다. 나는 그 모습을 몇 년 전 동생이 키우는 포메라니안 '오리'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그 모습은 아주 전형적인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털이 듬성듬성 빠져 볼품없고 꼬질 해 보이는 녀석이 왜 그렇게 귀여워 보이던지, 지금도 가끔 그 시절'오리'의 사진을 찾아보곤 한다.


 그리고, 내 딸은 지금 그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다.


 뱃속에서부터 머리카락 하나는 탐스럽게 잘 길러 나온 내 딸은 어딜 가나 "머리숱 좀 봐~"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엔 그 풍성한 머리숱이 듬성듬성 빠져나가 하얗고 둥그런 두피가 여기저기 보인다. 내 딸이라 그런지 그런 모습조차도 참 귀엽게 느껴진다. 하기야,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함함하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어디 엄마의 콩깍지가 벗겨 질까.


 어쨌거나 이런 현상은 배냇머리가 빠져나가고 튼튼한 새 모발이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보통은 백일 전후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데 내 딸 또한 마찬가지로 그즈음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으며, 아직도  자고 일어나면 베개에 머리카락이 우수수 묻어 나오는 게 보인다.

 

 그래서 보통은 이 시기에 많은 아기들이 대머리가 된다. 빠지는 머리카락을 감당하기도 힘들고, 그 자리에 다시 빽빽하고 튼튼한 머리카락이 자라나게끔 하기 위해 머리를 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딸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자 시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이제 딸아이의 머리를 밀 때가 되었다 말씀하셨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시어머니 말의 뜻은 알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 이야기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나는 어린 시절 머리를 밀지 않았는데도 숱이 많고 빽빽하다. 때문에 오히려 머리카락으로 인한 청결 문제를 예로 드셨다면 더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 같다.)


 그러니 굳이 아기를 데리고 미용실을 찾아가 머리를 미는 그 행위 자체가 불필요하고 아기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로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시어머니라는 존재는 마냥 편한 게 아니라 그 말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지는 못했다. 소심하게 그냥 "여자아이인데 대머리는 좀 그렇잖아요~"라고 말하며 넘어갔을 뿐...

(하지만 사실 난 남자아이였어도 굳이 이 시기에 머리를 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행히 그렇게 이야기는 꺼내셨어도 시어머니는  내게 무언가를 강요하시는 분은 아니다. 그래서 몇 번인가 말씀은 꺼내셨지만 여전히 내 딸은 '원숭이 시기의 포메라니안' 같은 머리카락을 유지 중이다.


 사실 아기의 머리카락을 밀거나, 밀지 않거나 하는 건 '아기를 위해'라고 말 하기에는 너무 사소한 일이란 생각을 한다. 아기가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니 밀어도 그만, 안 밀어도 그만인데 굳이 시어머니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건 그냥 내 똥고집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내 성격이 이모양인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_log : 수면교육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