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난 지 160일을 넘겼다. 조금 더 정확히 하자면 오늘로써 165일이 되었고, 그새 아기는 할 줄 아는 것들이 많아졌다. 눈 맞추기, 소리 나는 쪽 쳐다보기, 팔과 다리를 파닥파닥 거리며 움직이기, 울음으로 제 의견 관철시키기, 소리 내어 웃기, 누워 있는 상태로 빙글빙글 돌기, 목 가누기 등이 그것인데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를 생각하면 감개무량할 정도로 많은 것을 익힌 셈이다. 그러나 요즘 나는 그새 욕심이 많아진 건지 단 하나, 아기가 아직 하지 못하는 동작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 뒤집기이다.
처음엔 뒤집는 시기야 어찌 되었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기 때 며칠 먼저, 혹은 나중에 뒤집는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것 없다. 크면 다 뒤집고, 걷고, 뛰는 거니 며칠 차이 나는 게 뭐 그리 대수냐며 말하고 다녔다. 사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완전히 뒤집힌 것은 아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보통 아기들이 뒤집는다는 시기를 훌쩍 넘기고 나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변에서도 이제 슬슬 아기가 뒤집냐며 묻는 일이 많아졌고, 그럴수록 나는 점점 초조해진다.
따지고 보면 당연히 아기마다 발달하는 데는 개인 차이가 있을 테고, 엄마 혹은 주변에서 아무리 초조해한다고 해도 아기가 그 마음을 읽고 얼른 뒤집어 주는 것 또한 아니니 병원에서 이상을 발견한 것이 아닌 이상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초조한 엄마는 하루에 몇 번이나 아기가 빨리 뒤집기를 바라며 아기를 엎어놓는다. 터미 타임이다.
아기는 대견하게도 혼자 목을 빳빳이 세우고 주변을 살핀다. 딸랑이를 잡고 흔들면 그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기도 하고 손을 앞으로 뻗어 버둥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금세 힘이 빠지는지 머리를 툭 떨구고, 짜증을 낸다. 그러면 나는 오늘의 훈련은 여기서 쉬어간다는 식으로 다시 아기를 바르게 눕힌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 처음엔 언제 뒤집든 평생 못 뒤집을 게 아니니 상관없다고 말했고, 중간엔 천천히 뒤집는 게 엄마가 편한 일이라 위안했고, 지금은 빨리 뒤집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말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래 봐야 50일 남짓한 시간에 이렇게까지나 말을 바꾸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간사하고 웃기는지 모른다. 아마 이런 애타는 마음은 아기의 발달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계속 나타 날 것이다. 지금은 뒤집기로, 언젠가는 걷는 것, 말하는 것, 심지어는 유치가 올라오는 시기로도 초조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기의 발달은 컨트롤할 수 없다. 그러니 느리다고 조급해할 것도 없고, 빠르면 빠른대로 기뻐할 것도 없다. 그냥 과정일 뿐이고, 모두 각자의 속도대로 커 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게 서툰 초보 엄마는 오늘도 초조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