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의 나날들_15
도망쳐!
를 외치며 하는 퇴근이야말로 하루의 꽃이 아닐까 싶다.
길고 긴 하루의 끝에 모든 업무를 내려놓고 로그아웃을 한 뒤에 무겁고 딱딱한 안전화를 벗어두고 부드럽고 편한 내 신발로 갈아신은 뒤,
우중충한 조끼를 벗고 짐을 챙겨 외투를 입고 매장을 빠져나와 지문을 찍고 내가 떠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의 기쁨이란!
말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일이 육체노동이다 보니 아무래도 퇴근할 때의 몸 상태가 만신창이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지하철의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서 피로도 상승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물론 배차 간격도 포함된다.
몸을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하며 지하철 플랫폼에 섰는데 타야 할 차를 1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건 고난이나 다름없다.
.
.
.
.
.
.
괴로운 육체노동을 견딜 수있는 것은 일이 끝나고 집으로 간다는 몹시 중요한 약속, 퇴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퇴근이 늦어지거나 일이 연장된다면 정말 끔찍하겠지.
특히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면 더욱.
.
.
.
.
.
.
만약 퇴근길에 내 발의 상태가 허락한다면 편의점에 들러 막걸리나 맥주, 날씨에 따라서는 청하를 사서 집으로 향한다.
안주로 과자를 씹으며 한잔한다면 잠들기에 아주 완벽한 상태가 된다.
.
.
.
.
.
.
00분 정시 로그아웃.
지문 찍기.
지상으로의 탈출.
.
.
.
.
.
.
나의 퇴근은 어떤 의미일까.
퇴근한 뒤에 동료들과 어울려 한잔 걸치는 것도 즐겁다.
그렇게 매일을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이따금은 좋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역시 내 글을 쓰고 내 그림을 그리고 내 영상을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