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noopyholic Feb 04. 2024

그가 죽었다고 한다

육체노동의 나날들_16

처음엔 그냥 조금 놀랐다.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린 누구나 결국 죽으니까.

하지만 갑작스럽기는 했다.

왜 죽었는지 알 수 있느냐 물었더니 병원의 수술대 위에서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고 했다.

심장 수술 도중에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됐다고.

장례식장에서 그의 어머니가 하염없이 목놓아 울며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아들을 과로로 몰아간 회사를 원망했다고 들었다.

그는 죽었을 당시 우리가 일하던 곳에서 퇴사하고 비슷한 업종으로 옮겨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곳은 업무조건 자체가 힘들기로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주문에서부터 고객 수령까지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거기에는 갈아들어가는 사람의 에너지가 커지기 마련이다.

유통 쪽에서 일하는 과로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따금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아는지.

.

.

.

.

.

.

사실 나는 그를 얄밉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친한 담배 피우는 몇몇 무리의 크루들의 휴일에 이익을 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고 그들의 중상모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도마 위에 오른 크루의 시간표를 조정하도록 종용하고는 했다.

인사를 해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먼저 인사하는 건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게으름피거나 한 적은 없다.

냉장과 냉동에 입고가 유난히 많아 시간이 지연될 때면 적극적으로 들어와 함께 입고를 도왔고, 매장 곳곳의 상태를 신경 쓰며 열심히 살았다.

쭈그리고 앉은 뒷모습에서 팬티와 엉덩이 골이 보여서 눈을 버린 건 지금도 억울하지만.

곰처럼 살던 사람인데 재주만 뱅뱅 돌다가 결국 수술대 위에서 죽었다.

.

.

.

.

.

.

다른 동료는 동업자의 남편으로부터 자기 아내와 바람을 폈기에 이혼할 수밖에 없다며 고소를 당했다 하고,

또 다른 젊고 싹싹하고 일 잘하던 동료는 또 다른 젊고 싹싹하고 일 잘하던 동료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몸이 아파 하나의 장기를 떼내는 수술을 해야 했고 가장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할 때 사랑이 떠나갔다 했다.

.

.

.

.

.

.

나는 그 모든 것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감사하다.

그저 고요히 내 삶을 살아가련다.

.

.

.

.

.

.

죽은 그의 명복을 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