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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일북클럽 Dec 03. 2021

이국의 언어

여행의 단상 #3

낯선 이국의 도시에서 그곳의 언어를 모른다는  불편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나름의 장점도 있다.

도시의 공통된 특징, 특히 대도시는 사람이 많고 복잡하고 바쁘고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온갖 소음이 뒤섞여있기 마련인데.  모든 것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신경을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가지 이유 중에서  가지 분명한 , 내가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는 거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박물관 매표소의  줄에서, 공원에서, 광장에서, 아래윗집의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방음이 되지 않는 숙소에서도  그들이 내는 말소리를 마치 가사가 들리지 않는 음악처럼 듣는다. 우리의 말과 다른 억양, 우리가 쓰지 않는 비강을 이용한 발음, 그런 것들이 만들어낸 소리는 내게 낯설지만 신선한 음악으로 다가온다.


내가 쓰는 말이나 글자를 그들이 모른다는 것도 좋은 점일 때가 있다. 지인과의 개인적인 통화나 공공장소에서 가끔 내밀한 일기를 쓸 때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게 참 편하다고 느꼈다.


서로 통하지 않는 다른 언어를 쓰는 그들과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유리막이 있다. 그들의 일상을 마임극을 보듯이 나는 ‘객석이라는 다른 위치에서 보고 있다.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고, 알고 공감하기 때문에 생기는 ‘짜증이라는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그들을 편한 위치에서 관찰할 뿐이다. ‘여행자의 시선이라는   개인에게는 일종의 정신적인 휴식과도 같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휴식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었다. 다시  해일처럼 닥칠 짜증과 스트레스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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