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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일북클럽 Dec 12. 2021

요가, On The Beach

여행의 단상 #7


11월의 지중해는 뜨거운 햇살 아래의 모래사장과 바닷물속의 온도차가 매우 크다. 바다수영을 좋아해서 웬만하면 추위를 무릅쓰고 들어가는 편인데도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한적한 해변에는 선탠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 절대 지루하지 않지만,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이곳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비치 요가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듣자마자 신청한 주된 이유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캐리어에 챙겨 온 옷들 중에 레깅스와 티셔츠를 꺼내 입고 생수만 한 잔 들이켠 후 해변으로 나갔다. 아침 8시가 채 되지 않은 해변은 아직 잠에서 덜 깬 채,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것 같은 풍경이었다. 조깅을 하는 몇몇의 사람들을 제외한 조용한 바닷가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멀리 비추는 햇살과 그 아래 반짝이는 윤슬, 역광의 실루엣들. 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니 해변 끝에서 홀로 요가매트 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고, 조용히 곁에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사람들이 오고, 강사의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한 후 인사를 나누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강사는 먼저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지와 그 방법을 설명한 후, 파도 소리에 호흡을 맞추도록 지도하면서 자연스럽게 명상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눈을 감고 파도소리에 기를 기울였다. 파도가 바람을 타고 물결을 몰고 왔다가, 다시 모래를 쓸어가며 뒷걸음질 치는 일정한 리듬이 귀에 들어오자 천천히 그 리듬에 호흡을 실었다. 피아노의 포핸즈 곡을 연습하듯 단순하고 반복된 리듬에 들숨과 날숨을 맞추는 데 온 마음을 집중했다.


이어서 시작된 하타 요가 초급 동작. 가부좌 동작을 따라 해 보라는 강사의 말에 좌식 생활자로서 쉽게 따라 했는데, 아시아인들의 오래된 베지터블 위주의 식단 때문에 그렇게 몸이 유연할 거라는 유럽인 수강자들의 감탄을 사기도 했다. 그건 아닌데,라고 속으로만 말하고 타문화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에 대해 굳이 해명을 하진 않았다. 메릴 스트립의 미소를 닮은 강사의 지도로 감히 엄두도 못 냈던 물구나무서기까지 무사히 끝냈다.


두 시간 남짓한 바닷가에서의 하타요가 체험은 지중해를 즐기는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지중해에서 꼭 바다수영을 하고 싶었던 아쉬운 마음을 충분히 보상받을 만큼.

 미세먼지와 코로나 확산으로 유튜브의 홈트레이닝 요가로 대신하고 있지만, 거실 바닥의 요가매트 위에서 지중해 파도소리를 기억해내며 명상으로 그 시간을 복기하고 있는 지금이 나쁘지 않을 만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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