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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Apr 01. 2024

The Third Culture Teen을 읽고

다른 문화권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우리들에 대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읽은 Third Culture Kid 관련한 책.


제목: The Third Culture Teen - In Between Cultures, In Between Life Stages

저자: 이지원

출판사: NDP



드디어 리뷰를 앉아서 정리해서 올리려고 보니 1분기가 지나있다. 책한권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정리하고 올리는데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육아를 하며 틈틈이 나의 시간을 찾고 활자를 끄적이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눈에는 굳이 해야하나 싶은 불필요한 행위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작은 것들이 모여 나의 중심을 지탱해주는 것들이 된다.


두께가 두껍지 않고 책의 톤 역시 무겁지 않은 이 자전적인 에세이는 중국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닌 한국인인 이지원 작가가 쓴 책이며 Linkedin에서 찾아보니 그녀는 현재 필름매이커의 길을 걷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상당수의 Third Culture Kid들은 청소년기를 해외에서 보낸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생애주기 중 가장 변동성이 큰 시기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여러 감정을 통한 배움,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 집단에서 경험하는 소속감, 학업 스트레스 등 여러가지 대, 내외적인 변화들을 겪게 된다. 한곳에서 자라도 혼란스러울 수 있는 경험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게 되며 증폭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개인의 기질에 따라 그 경험의 정도 역시 다르겠지만, 어쩌면 개인이 스스로 체득하여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환경에 놓인다는 장점이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시기에는 역효과를 줄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부모의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권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인터뷰를 통해 그 때의 경험과 배움을 조명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공감과 정서적 소속감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한다.


나역시 인생에서 가장 민감했던 시기에 우크라이나라는 먼 곳의 작은 학교에서 새활을 했던 것이, 좋은 영향도 있었지만 반대로 당시엔 정서적으로 힘에 부치고 불안했던 감정들도 준 것 같다. 그러한 것들을 발판 삼아 대학교로 진학을 하고, 거기서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체성을 점점 더 형성 해 나갈 수 있었지만 어쩌면 내가 그 당시 Third Culture Kid에 대해 더 잘 알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비슷한 친구들과 이러한 감정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더라면 조금 더 좋았겠다 싶었다.


이 책에서 많이 공감 되었던 부분 중 하나는, 대학교를 진학하기 전에 겪는 일들이었는데 인터뷰이 중 한명 역시 부모의 해외 체류기간과 본인의 대학 진학 기간이 잘 맞지 않아 부모가 아이에게 맞추는 일이 있었다.


이 덕에 나도 완전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우크라이나에서 작은 국제학교를 다니던 중 한국으로 치면 고3인 12학년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발령이 나셨다. 어머니와 동생은 나의 대학 입시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남아 한 해를 더 체류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족 없이 홀로 생활을 하셨어야 했을 아버지도 희생을 많이 하셨고, 아버지 없이 홀로 우리를 키우며 생활을 이어나갔어야 했을 엄마도 외롭고 힘들었을 것 같다. 아버지는 당시 다시던 회사의 그 지역 법인장이셨는데, 새로운 법인장이 왔던 우크라이나에서 엄마는 어쩌면 ‘불편한 옛상사’ 느낌이었을 것이다. 주재원의 삶에도 나름의 다이나믹과 문화가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되서야 알았고, 우리는 그렇게 초대 받은지는 오래고 한참 전에 떠났어야 했는데 아직 가지 않은, 불편한 손님으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아니면 이미 이혼을 한 전남편의 시어머니 같은 느낌인건가? 엄마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용히 계셨겠지만, 아마 남아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꽤 불편했을 것이다. 여하간 내가 만약 한국으로 특례입학을 준비하거나, 아예 중간에 북미로 떠나서 혼자 적응을 했더라면 가족의 그런 희생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뒤늦게 미안하단 마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가족의 해외 체류생활은 각자 서로서로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분명 부모님은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 계속 옮겨다니며 적응을 했어야 했을 나와 동생에게 부채감이 있으실 것이다. 그 속에서 좋은 것만 가져가면 좋겠다만 사람은 그렇게 선택적인 동물이 아니기에, 우리는 시간이 지나서야 그 당시 서로가 서로에게 했던 양보, 희생, 그리고 그로 인한 미안함등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또 유독 공감이 많이 되었던 부분은 저자가 “home”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TCT들에게 묻는 부분이었는데, 나에게 ‘집’ 혹은 ‘고향’은  ‘가족이 있는 곳’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해외에서 자라도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족과 함께 있었기에 그렇게 정서적으로 힘들지 않았는데, 캐나다에서 혼자 떨어져 생활을 하면서 ‘향수병’이 매우심해졌다. 하지만 당시 한국을 떠나온지 오래된 나에게 고향은 한국이 아니었고 그저 ‘가족이 있는 곳’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외국에 가서 다시 살고 싶지 않은지 묻는데, 나는 부모님이 가까이 계신 곳에 살고 싶단 생각을 하지만 나 역시도 나의 가족을 꾸렸기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며 TCLiterature이라고 불리우는 TCK 문학 카테고리가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TCLiterature에서는 종종 유동적인 거주지역간 이동성 (International Mobility)그리고 성장기동안 ‘home’으로부터의 분리 (그게 물리적인 것이든, 정서적 혹은 관계적인 것이든)가 주요 이슈 혹은 세팅이 된다고 한다. 비슷한 책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 구글링을 해보았는데 잘 안나오는 것을 보면, 어쩜 꽤 새롭게 소개가 된 혹은 만들어지고 있는 개념인 것 같기도 하다.


여하간 이 책은 단순 외교관이나 주재원 가족, 그리고 부모의 문화권과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고 있는 청소년 당사자 뿐만 아니라, 자녀를 조기유학을 보내거나 이민을 고민하고 있는 혹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부모 역시 읽어보면 좋은 책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TCT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 가지고 있는 고민, 혹은 어려움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렴풋이 보고 참고를 할 수 있는 좋은 길라잡이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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