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왠 불교대학?

정규대학도 아닌데 이름은 불교대학, 만만하게 보았다가 큰 코 다쳤고

by Nara Days

그러니까 결혼식을 몇 주 앞둔 어느날이었다.


안 그래도 새 직장에 적응하랴, 결혼식을 준비하랴 바쁘던 와중 나에게 갑자기 어느 대학의 광고가 떴다. 심지어 정식 대학도 아니었고, 학기제로 운영하는 불교대학이었다. 그리고 나는 홀린 듯이 그 대학에 수강 신청을 하게 되었다.


불교 공부를 오랜동안 해오셨던 나의 어머니는 사회생활을 하는 내가 내심 사찰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을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셨다. 어머니는 불교는 단순 원하는 것에 대해 기도를 하러 부처님 오신날 등에 절에 가는 종교가 아니라고 하셨고, 무언가를 염원하고 "비는 것"이 아닌 이상의 것들이 담겨있다고 했다. 나의 어머니는 오랜동안 불교 공부를 하셨고, 여러 소임을 맡으셨으며, 인도 성지순례도 다녀오셨고, 현재는 참선을 하는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아직도 본인의 배움에 갈증이 있으며, 매일 공부의 길을 걷고 계신다.


과거의 나는 불교가 자란 환경 덕에 상대적으로 편한 동시 어떤 종교든 본인의 종교를 신실하게 믿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은 있었지만 나름의 '무교'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또한 고집이 있어 누군가가 나에게 무언가를 권유하는 것이 싫기도 했다. 유년시절 교회도 가보고, 성당도 가보고, 또 절도 가보며 여러 종교와 접점이 있었지만 외부의 권유 넘어선 종용, 혹은 본인이 믿는 것이 "진리"라고 하는 강요가 있는 순간 온갖 정이 떨어졌다. 넓은 세계관을 지니게 해주고, 범우주적인 것을 이해하게끔 하는 것이 종교여야 한다고 믿는데 (그 것의 근본은 사랑, 자비심 같은 것이겠지) 종교에 사로잡힌 일부 사람들의 시야는 종종 편협하게 느껴졌다. 여담이지만 어느 종교든 가치관이나 생활은 믿는 개개인에 따라 정말 달라진다. 그렇기에 나는 각자가 믿는 종교의 가치를 바르게 행하는, 선하고 이타적인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여하간 그런 내가 자발적으로 어느 종교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대학'에 내 돈을 주고 (그래봤자 교재비 정도지만) 입학을 하다니. 불교대학에 입학을 한 이유는 몇가지 있었는데, 나는 남편과 잘 살고 싶었고 (그게 잘 살게 해달라고 기도 하는게 아닌, 내가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어 가정을 건강하게 꾸리고 싶었다), 어떤 일을 겪든 상황 탓을 하거나 외부에서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으며 스스로로부터 답을 얻고 싶었다.


여하간에 내가 입학한 불교대학은 법륜스님이 진행하는 정토불교대학이다. 법륜스님이야 '스님의 주례사'라는 책과 즉문즉설로 잘 알고 있던 분인데, 사실 난 즉문즉설 콘텐츠에 몇가지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호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해당 대학을 법륜스님을 좋아하여 듣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스님보다는 정말 불교 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수강을 했다.


해당 대학 프로그램은 종교적 불교, 철학적 불교, 수행적 불교 중 세번 째에 해당하는 가르침들에 집중을 해 약 5개월 동안 수강을 하는 구성이었다. 동시에 입학한 학생들만 해도 전 세계에 만 오천명 남짓이라 하니 정말 대단할 따름이다.


한국의 유명한 배우, 극 작가 등이 해당 재단의 유관 과정이나 봉사활동 등을 알려왔기에 그 인지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또한 어머니의 우스갯소리처럼 "불교계의 다단계" 라는 말 역시 와닿았다. 하지만 동시에 타 종교와 다르게 막연하게 불교가 단순 '부처님오신날이나 설날에 절에 가서 소원을 비는 종교' '할머니가 믿는 종교' 등의 인식이 강했다고 생각했기에, 젊은 이들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알려지게끔 하는데 일등공신인 곳이라고 생각을 했다.


교과 과정의 일환으로 나는 3월 말부터 매 주 1-2개의 수업을 듣고 느낀 점을 필기하여 일주일에 한번, 가끔은 두번씩 정해진 시간에 구글밋에서 모여 나누기 수행을 하고 있다. 정해진 수업 시간에서 15분 이상 지각하면 결석 처리 되고, 몇 회 이상의 결석과 지각이 있으면 수료를 하지 못하는 나름 촘촘한 과정을 지닌 이 '대학생활'은 가면 갈수록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나의 두번 째 모임은 심지어 내가 신혼여행으로 몰디브에 갔을 때 진행이 되었는데,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남편을 피해 바닷가에서 수업에 임했다가 나의 민소매 차림에 혼난 적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규칙이 있었다. 음식물 섭취 금지, 고양이/강아지/아이 난입금지, 카메라 오프 금지, 자리 이동 금지 등... 처음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만만하게 보았던 내가 경솔했구나 싶었다.


그 외에는 오프라인에서 모여 줍깅 (나는 이 날 참석하지 못했다), 사찰에서 나눔, 교육 등을 진행을 했는데, 여러 교과과정이 세부적으로 나뉘어 조금이라도 빠지거나 일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졸업이 어렵게끔 되어있었다. 이 체계적인 구성 뿐만 아니라, 교과 과정의 내용 역시 굉장히 알찬데 실천적 불교사상에서 불교의 역사, 그리고 불교와 사회등으로 이해를 도와주는 플로우를 가지고 짜여있다. 사실 불교와 부처님의 역사는 개인적으로 조-금 지루한 부분인데 (모든 종교가 그렇듯 신화적인, "말도 안돼" 같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리고 그런 부분을 들을 땐 짜게 식는 나이기에...) 그래도 함께 하는 도반들이 있어서 참 좋다.


나는 내가 이 불교대학 과정을 듣는다고 하루 아침에 "깨닫는 사람"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과정은 아마 몇십년 동안의 배움의 시작의 물꼬일테고, 나는 매일이 수행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며 더더욱 내게 주어진 삶에 지혜롭게 임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불교는 정말 "우주적인 종교"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난 다른 종교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양의 여러 물리학자들이 왜 불교에 빠지는지 알겠다 싶을 정도로 여러모로 과학적인 측면에서 불교는 닿아있고, 그렇기에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다고 생각을 한다. 가끔은 참 '냉정하고 이성적인' 종교라는 생각 역시 들지만, 모든 것이 개인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되고, 연기적인 개념을 토대로 이야기하며, 지속적으로 평등과 자비를 이야기 하는 것이 참 좋다.


또한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살 수 있게끔 올바른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지속적으로 상기를 시켜주어서 참 좋다. 불교대학을 다닌 이후에 나는 왠만한 것에 잘 마음이 올라오지 않는다. 또한 조금 더 겸손해지고 현명해졌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궁극적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내게 이 시점에 불교대학을 만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록 이름처럼 진짜 정규 '대학'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에겐 수료증보다 5개월동안의 과정에서 스스로 변하는 것이 더 중요했고, 실제 그 과정에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며, 해당 대학 과정은 교재 맨 뒤에 적혀있는 말처럼,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번씩 추천을 해주고 싶은 과정이다.



교재 P.30 수행은 팔정도를 연습하는 것이다.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도 중도적 관점에서,

망므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중도적 관점에서,

언행을 자제할 때도 중도적 관점에서 하는 것이 팔정도이다.

중도는 철학이 아니고 구체적인 실천이다.

마음가짐, 말, 행동은 모두 구체적 실천행위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1) 깨어있으라, 전모를 살펴라 (통찰력), 지혜 (정견)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아는 것

정견: 바르게 보라, 바르게 알라,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라.


2) 원인이 있을 때는 결과가 있음을 알라 (정사유)

원인을 지으면 반드시 결과가 나타난다 (인연과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를 이미 알고 받아들이는 관점 (선택에 따른 책임)

바르게 생각하라, 인과법칙을 올바로 아는 바른 사유


3) 감정에 치우쳐 말하지 말아라 (정어)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라

부드럽게 말하라

화합하는 말을 하라

필요한 말을 하라

알리는 말을 하라

바르게 말하라


4) 감정에 치우쳐 행동하지 말아라 (정업)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거나 때리지 마라

주지 않는 남의 것을 뺏거나 훔치지 마라

성적으로 남을 괴롭히지 마라

바르게 행동하라


5) 세상에 도움되는 직업을 가져라 (정명)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생활하라

직업윤리를 지켜라

바르게 생활하라


6) 꾸준히 연습하라 (정정진)

알아도 잘 안되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바르게 정진하라


7) 분명히 알아차려라 (정념)

경계에 끄달리지 말고 또렷하게 깨어있어 지금 일어나는 것을 다만 알아차린다

바르게 알아차림을 유지하라


8) 편안한 가운데, 오롯이 집중하라 (정정)

고요한 가운데 뚜렷이 깨어있는 것이 선정이다

바르게 집중하라


9) 지혜

평정심을 유지하는가운데 그 대상의 성질까지 알아차려서 '무상, 고, 무아'를 체험해야 지혜라고 말할 수 있다

지혜를 증득하면 성인의 류에 들어간다 (성문사과)


10) 목표를 향해 팔정도를 꾸준히 연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