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ie J Apr 12. 2021

남과 여, 여와 남

무엇이 먼저이든

요즘에 성별 싸움이 한창 이슈다.

스스로 꽤나 진보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직적 구조에 학을 때며,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이적, 직급적 차별에 싸운다. 그런데, 주변에서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페미니스트 얘기에는 갸우뚱할 때가 많다.


나는 극성 페미니스트들을 옹호하진 않는다. 보니까 남성을 무조건 비난하더라. 그리고 무조건 비난하는 남자들도 똑같다. 이렇게 서로 비난만 하면 당연히 싸움만 커질 뿐 서로의 골만 깊어지는 것이다. 내가 옳다고 주장하려면 상대방을 설득해서 내가 옳음을 인정받고 내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왜 굳이 감정을 상하게 해서 더 큰 적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극성 페미니스트도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무논리 비난 페미는 말고. 사실 많은 어른들은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조차 모른다. 이미 오랜 기간 순응하고 살았기 때문에. 싸움이 커져야 온 세상 사람들이 잠깐의 관심이라도 가질 것이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각자의 의견을 생각이라도 할 것이다.


나는 여자다. 나도 꽤나 여성이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평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듯하다.

여자로 사는 것은 꽤나 큰 불편함과 부당함을 가진다. 육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범죄에 표적이 되는 것도 무섭다. 같은 운동을 해도 남자들보다 근육도 안 생긴다. 근육이 딸리는 만큼 체력도 달린다. 한 달에 한번 생리하는 것도 귀찮고 번거롭다. 그때마다 호르몬의 노예처럼 성격이 변하는 거도 부당하다. 앞으로도 20-30년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그동안 써야 하는 생리대 값도. ㅎ 백 프로 피임은 없으니, 섹스하고 혹시 생리라도 늦는 날엔 혹시 임신했을까 매번 걱정하는 것도 피곤하다. 피임약도 매달 먹으면 꽤나 비싸고. 질염은 감기 같아서 컨디션이 좀 안 좋다 싶으면 귀신같이 걸린다. 산부인과 비용은 왜 그리 또 비싼지. 임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부담된다. 내 일부를 내어주고 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명이 아닐 수도 있고. 애를 낳고 나면 확실히 더 늙는다. 뱃살도 늘 것이다. 속옷도 비싸다. 이쁘고 좋은 것은 더 비싸다.


그런데, 남자들을 보면 불쌍하다. 보통 힘이 더 세고 키가 더 크기 때문에, 남자라는 이유로 온갖 힘쓰는 일을 평생 도맡아야 한다. 군대생활은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안된다. 그냥 헬스장에서 하는 30분 근육 운동도 너무 힘든데. 그저, 전시 중인 나라 상황이 안타까울 뿐. 남자들은 점점 외톨이가 된다. 의젓하고 믿음직하려면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 때문에 남에게 의지도 많이 못한다. 기댈 수 없게 되어간다. 약한 소리도 잘 못하게 되어 있다. 그들은 마음을 나눌 수 없고, 점점 혼자가 되고, 외로워진다. 마음 둘 대 없어진다. 아니면 촐싹대는 아저씨가 되거나. 무엇보다 남자는 성별로 제일 강자이기 때문에 (여자 남자 성소수자들 중) 부당함은 아직 따로 생각을 안 해준다. 나만해도 남자들이 어떤 억울함을 가질지 이 정도밖에 모른다. 그리고 남자들도 여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세대차이에서도 느끼듯, 사실 서로의 부당함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서로 억울함을 공감해주어야 대화가 된다. 그리고 상대의 성이 겪는 부당함을 서로 모를 수밖에 없다는 인정이 일단 필요하다. 남자는 여자의 삶을 모르고, 여자도 남자의 삶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의 삶이 가장 불행하고 힘들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각자의 힘듬을 절대치로 환산해서 비교할 수가 없다.


갑자기 지금 세대에 온갖 싸움이 다 들고일어나 진 것 같지만 그동안 쌓여 온 것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단지, 박 터지게 싸우더라도, 그 끝에서 멋지게 서로 인정하고 다시 건강하게 회복해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싸우는 거지. 누구를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연애와 독서와 여행의 상관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