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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열음 Apr 29. 2022

뒷통수

얼얼하다

요즘 꽤 많이 맞는다. 그럴 때면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 간 뒷통수가 얼얼하다. 내 뒷통수를 치는 것들은 주로 내가 행복이 있을거라고 믿던 파랑새 같은 알흠다운 것들.

 

기대를 많이 해서 였는지 잠깐 동안 내가 원하던 삶을 산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기대 때문인건지 사실 내게 행복과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 나를 확실하고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던 것인지 모른다.

 

인생의 목적도 행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불행한 일이 어떻게 피해 가면, 지금 내게 있는 기쁨을 같이 기뻐해줄 친구들이 있으면, 역할과 책임에 매여서 버거울 때도 다시 웃을  있다면 그것으로  것인가.. 나이 고작 얼마 먹고이렇게  아는  쓰는  민망하다.

 

이제 조금은 알겠다. 너무 확신을 갖지 말고 푹 빠져버리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에 쉽게 매료되고 감탄하고 그것을 숨기지 못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 이것이 꼭 필요한 일임을 안다.

 

내 자존감의 근원, 뿌듯함의 근원이 어디 있나 가만-히 생각해야겠다. 그것이 내 알맹이가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 내가 가진 환경이라면 그것에 씨게 뒷통수 맞을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의외로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들임을 생각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진다고 여겼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이 세상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기에 나와 세상의 경계가 흐릿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해가 깊어갈수록 그 사람이 나와 같을 수 없고 세상이 나와 같을 수 없고 철저하게 독립된 개체란 사실이 더욱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무엇이든간에 물론 함께 할 수 있을진 모르나 결국에는 홀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명확해진다.

 

파랑새가 보인다면, 저것이 내 삶을 구원해줄 것같다는 확신과 감탄과 뜨거움이 타오른다면 경계를 해야 할 때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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