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민기 선생님을 기억하며
빨래 개키며 고 김민기 선생님의 55분짜리 인터뷰 영상을 본다. (1990년 방송 프로그램, 11시에 만납시다)
무례하게 느껴지는 사회자의 취조식 질문에 전혀 휘둘리지 않는 묵직함과 그럼에도 예의가 묻어나오는, 노력으로 흉내낼 수 없는 차분한 언어와 기죽지 않고 소신을 말하는 단단함과 솔직함. 그러면서도 잃지 않는 정중함.
”왜 매스컴에 나오지 않느냐“ 라는 질문에 ”저는 언론과 매스컴을 일부러 피한 적이 없습니다. 언론은 매체인데, 매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날텐데,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일을 통해 서 만나는 것이지, 가령 저를 대상화하거나 목적화하거나 이런 식의 취재 의도에만 제가 응하지 않을 뿐, 일로선 얼마든지 쫓아 다니고 그랬습니다.“ 라는 답변을.
”본인의 곡이 금지 됐다 금지가 풀렸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냐?“ 라는 질문에는 ”전혀 아무런 감흥이 오질 않던데요. 금지를 시킨 것도 그 사람들이고 푼 것도 그 사람들이지 저하곤 아무 상관 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만 번거로웠던 것이죠“ 라는 대답을.
민통선에 가서 농사를 짓고 탄광촌에 가서 석탄을 캐고. “서울대 나온 엘리트가 이런 길을 간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는 사회자의 말에 이 사회에는 학력과 재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지혜로운 이들이 있다고, 들판에서 1000미터 땅 아래에서 자신이 만난 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당시 90년대 대중음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특정 층이 아닌, 아이와 노인 여성과 남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와 음악이 필요하다는 말에 소외된 곳을 향한 그의 시선이 느껴져 참 좋았다.
이런 이의 인생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 인가. 모두가 다 고 김민기 선생님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어도 이런 삶의 궤적을 마주한 뒤의 반응. 미련하다거나 이해가지 않는다 혹은 바보같다라고 평가하는 능력주의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라, 이러한 길을 존귀하다 여길 수 있는 삶의 관록과 지혜가 나와 아이들에게 허락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어떻게 사는 것이 좋겠는가, 나다운가, 살면서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겠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고 김민기 선생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이렇게 듣고 느끼는 것이 다가 아니라 실제로 삶에서 살아가는 것이 비로소 완결이며 시작임을 꾸욱 새긴다.